야구천재에서 프로골퍼로
코로나19로 야구 꿈 접어
KLPGA 데뷔 도전 나서
‘홈런 치는 여자 야구선수’로 유명세를 탔던 박민서의 근황이 알려지자 네티즌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올해 고등학교 3학년이 되는 박민서는 야구선수가 아닌 골프선수의 길을 가고 있기 때문이다. 한때 TV프로그램에 출연해 야구에 대한 사랑을 과시했던 만큼 그를 지지하던 팬들은 골프로 전향한 것에 궁금증이 생길 수밖에 없다.
특히 고등학교 진학 당시 박민서는 “꾸준히 야구를 해 여성 리그가 활성화된 일본 실업팀에 진출하는 것이 목표다”고 말하는 등 계속해서 야구를 할 것이라는 뜻을 전한 바 있다. 한 고교 야구 감독은 그런 박민서를 보고 “재능은 충분히 있다. 우리가 데려올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 같은 주변의 지지에도 박민서가 야구의 꿈을 포기해야 했던 이유는 무엇일지 알아보자.
한국 야구 최초 타이틀
가지고 있는 박민서
박민서가 야구를 처음 접한 것은 초등학교 5학년이다. 당시 주말 취미반으로 야구에 입문하게 됐는데, 불과 1년 만에 선수반으로 옮긴 것은 물론 시속 100km가 넘는 공을 던져 ‘천재 야구소녀’라는 타이틀을 얻게 됐다. 같은 해 장충리틀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기 전국 리틀야구대회에서는 75m짜리 투런 홈런을 쳐내는 기염을 토했는데, 이는 한국 리틀야구 45년 사상 ‘최연소 여성 선수 리틀리그 홈런 기록’에 올랐다.
또한 최초의 국제 공인 여자 선수 홈런까지도 달성하게 됐는데, 최연소 여자 야구 대표팀에 오른 김라경 이후 한국 여자 야구를 이끌 유망주로 큰 관심을 받았다. 이후 리틀리그 규정에 따라 중학교 때까지 야구를 변함없이 이어갔는데, 야구 본고장인 미국의 ‘내셔널걸스 베이스볼 토너먼트’에 아시아인으로는 처음으로 초대를 받아 우승메달을 목에 걸기도 했다.
이 같은 활약으로 2019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는 ‘대한민국 여성 체육대상 시상식’에서 꿈나무상을 받았다. 박민서는 “안향미 선배, 김라경 선배 등 먼저 여자 야구를 세상에 알린 덕분에 저도 야구를 시작할 수 있었다”며 “내년부터 여자 야구대표팀에 뛸 수 있는 나이가 된다. 꼭 태극마트를 달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지하주차장에서
피나는 연습
하지만 박민서가 ‘천재 야구소녀’라는 타이틀을 그저 재능으로만 얻은 것은 아니다. 그의 노력이 바탕이 되어 만들어진 결과로, 리틀야구의 다른 부원들보다 현저히 부족한 훈련 참석에 스스로 연습량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시간이 날 때마다 배트를 쥐었다. 학교를 마치고 집에 오는 길에도 운동장에 머물며 배트를 쉴틈없이 휘둘렀는데, 늦은 시간에는 아버지와 함께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연습을 이어갔다.
이와 관련해 박민서는 “시합 전날이나 연습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면 항상 아버지를 데리고 지하주차장으로 갔다. 너무 잘하고 싶다는 생각에 연습이라는 방법밖에 없었다”며 “연습을 할 때 ‘이제 됐다’고 판단이 설 때까지 배트를 돌렸다”고 설명했다.
또한 확실한 방향을 잡기 위한 포지션도 한정했는데, 그는 “지금의 저는 투수와 타자 모두 가능하지만, 나중을 위해서는 타격만 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주로 유격수와 3루수로 연습을 하고 있는데 이것만으로도 힘들더라”고 자신의 꿈을 위한 또 한 번의 한걸음을 내디뎠다.
코로나19 여파로
야구와 생이별
그러나 박민서의 꿈은 고등학교 진학과 함께 찾아온 코로나19로 무너져 버렸다. 설상가상 리틀야구 규정상 여자선수는 중학교 때까지 밖에 할 수 없다는 문제까지 겹쳤다. 이런 그의 소식을 들은 해외에서는 도움의 손길을 보냈지만, 여성 야구가 보편화된 일본, 미국 등 역시 코로나19로 리그 운영 자체를 못 하거나 새로운 선수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었던 것.
이에 야구를 뒤로한 채 잠시 공부에 집중해야만 했던 가운데 박민서의 소속사인 ‘브리온 컴퍼니’가 ‘골프’라는 대안을 제시한 것이다. 결국 오랜 논의 끝 17세에 골프로 전향하게 됐다. 소속사가 많고 많은 스포츠 중에서 골프를 제안한 이유는 평소 그가 야구 배트에 체중을 실어 공을 때리는 모습이 마치 골프에서 장타자들이 보여주는 드라이버샷을 연상시켰기 때문이다.
물론 다른 선수들과 비교했을 때 한참이나 늦은 나이지만, 야구선수 경력이 프로골퍼가 되는 시간을 상당히 단축시켜 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 이는 박찬호, 윤석민 등이 프로 못지 않은 실력으로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공식 대회에 출전했던 것을 통해 공통점을 찾아볼 수 있다.
또한 점보 오자키 역시 야구로 시작해 골프로 전향한 케이스인데, 23세에 골프에 입문 후 2년 째에 첫 우승을 한 것은 물론 3개월 만에 5승을 거둔 바 있다. 일부투어 및 아시아투어 등에서 통산 125승을 차지하며 세계 골프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그렇기에 박민서에게도 충분한 가능성이 존재한 셈인데, 과연 그가 세미프로를 거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까지 진출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