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복귀한 김연경
흥국생명 감독 사퇴
김연경 반복되는 악재

올 시즌 한국 여자 프로배구는 김연경으로 인해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사실 한국 여자 배구는 김연경의 은퇴 이후 순식간에 동네북으로 전락했다. 도쿄 올림픽에서 보여준 강팀의 면모는 온데간데없었고 국제대회 16연패라는 처참한 성적을 기록할 만큼 김연경의 은퇴로 국제적 위상마저 바닥으로 추락했다. 그렇기에 이러한 부진이 여자배구 리그 흥행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올 시즌 여자 프로배구는 지난해 대비 훨씬 많은 관중을 동원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김연경의 복귀가 있기 때문이다. ‘배구 여제’ 김연경은 여자배구의 ‘재흥행’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소속팀 흥국생명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구름 관중을 몰고 다니고 있고 김연경은 올스타전에서 남녀부 통틀어 압도적인 투표 1등을 기록하기도 했다.

잘나가던 흥국생명
감독, 단장 돌연 사퇴

올 시즌을 앞두고 중국에서 뛰던 김연경은 친정팀 흥국생명으로 돌아와 권순찬 감독과 함께 우승을 위해 의기투합했다. 지난 시즌 하위권에 머물며 최악의 시즌을 보낸 흥국생명은 김연경의 복귀와 함께 올 시즌 재도약하며 2위를 기록하는 등 1위와 승점 3점 차로 따라붙으며 승승장구 중이었다.

그런데 지난 2일, 우승을 향해 달리던 흥국생명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올스타전 이후 짧은 휴식기를 맞고 있던 상황에서 돌연 권순찬 감독과 김여일 단장이 동반 사퇴를 발표한 것. 흥국생명 구단은 “구단이 가고자 하는 방향과 부합하지 않아 부득이하게 권 감독과 헤어지기로 결정했다”라고 밝혔다. 문제없이 잘나가던 흥국생명이 사령탑 부재라는 엄청난 악재를 맞이한 셈이다.

납득할 수 없는
감독 경질 이유

사실 프로 스포츠계에서 감독 교체는 흔한 일이다. 그러나 최소한의 명분과 절차는 있어야 한다. 권순찬 감독의 경질은 지난 2021년 IBK 기업은행의 서남원 감독 경질을 둘러싼 조송화-김사니 사태와 비견될 만큼 여자배구계에 명분 없는 감독교체의 전형으로 여겨지고 있다. 더구나 현재 흥국생명은 성적이 나쁜 팀도 결코 아니고 관중동원에서도 전체 1위로 흥행을 이어가고 있었다.

지난해 3월 박미희 감독의 후임으로 흥국생명의 지휘봉을 잡은 권순찬 감독은 부임한 지 9개월 만에 한 시즌도 채우지 못하고 불명예스럽게 감독직에서 쫓겨나게 됐다. 권순찬 감독에 대하여 ‘김연경 빨’로 성적을 냈다거나, 유연하지 못한 선수 운용에 대한 부정적 평가들도 있었지만, 이는 어느 감독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상적인 비판에 가까웠다.

구단이 추구한 방향성
김연경 보이콧 가능성

흥국생명 구단이 감독 경질의 근거로 내세운 ‘방향성’의 구체적인 내용과 근거도 모호하다. 권순찬 감독은 김연경을 중심으로 검증된 베테랑을 중심으로 경기를 운영했는데, 구단은 젊은 선수들의 중용을 원했고 이 점이 달랐는 것이다. 하지만 흥국생명은 올 시즌 배테랑을 중심으로 2위라는 호성적을 거두고 있었고 우승에 도전하는 팀이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구단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여기에 권순찬 감독이 경질 후 그동안 구단의 부당한 지시가 있었음을 폭로하며 파문은 더 커지고 있다. 권 감독은 KBS와의 인터뷰를 통하여 “구단 고위층이 선수 기용에 개입을 해왔고, 부당한 지시라고 생각해 거부해왔다”라고 주장했다. 권 감독의 이러한 발언으로 선수 기용에 모든 권한이 있는 감독이 자신들의 요구조건을 들어주지 않자 ‘해고’를 시킨 것이 아니냐는 여론이 잇따르고 있다.

감독과 선수단과의 관계도 별다른 문제도 없었다. 이 때문에 갑작스럽게 권 감독이 경질된 이후 간판스타인 김연경을 비롯한 배테랑 선수들이 구단에 보이콧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반발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김연경 앞에 나타난
반복되는 악재

2년 만에 복귀해 우승을 꿈꿨던 ‘배구 여제’ 김연경의 우승 꿈이 또 한 번 암초에 부딪히게 됐다. 지난 2021년 흥국생명은 돌아온 김연경을 앞세워 1위를 질주하던 중 이재영-이다영 자매의 학폭 논란이 불거지며 안이한 대처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고 최악의 팀 분위기 속에서 결국 1위 자리를 뺏기며 우승의 문턱에서 좌절해야 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김연경은 2년 만에 다시 돌아온 무대에서 또다시 경기 외적인 악재를 맞이한 것이다. 하필이면 흥국생명 소속이었던 시절마다 번번이 원치 않는 논란에 휩싸이며 ‘흥국생명의 최대 피해자’라는 웃지 못할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선수 생활 후반기에 다시 국내 무대로 복귀하여 우승을 노렸던 김연경의 ‘라스트 댄스’에 구단이 지원은 못 해줄망정, 또다시 찬물을 끼얹는 모양새가 된 것을 두고 팬들이 더 안타까워하는 이유다.

이번 시즌 뒤 김연경은 FA가 된다. 선택지는 다양하고 국내 다른 팀과 계약할 수도 있고 다시 해외로 향할 수 있다. 확실한 건 김연경이 원하는 건 승리와 우승이다. 그런데 이렇게 국내에서 반복되는 예상 밖의 고난으로 김연경이 흥국생명을 떠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점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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