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불안한 전기차
화재 공포가 가장 커
테스트 규정 바뀔까?
전기차 판매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지만 아직 많은 소비자들이 전기차 구매를 망설인다. 충전의 불편과 아직 부족한 주행 가능 거리 등의 이유가 있지만 신뢰하기 어려운 안전성 역시 큰 영향을 미친다. 전기차의 전반적인 안전성은 내연기관 자동차 대비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화재가 발생하기 전의 이야기다.
통상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하는 대다수 전기차들은 사고로 인한 외부 충격, 내부 합선 등의 이유로 배터리 화재 발생 시 차 전체가 순식간에 불길에 휩싸이는 ‘열 폭주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이 경우 차에서 제때 탈출하기도 어려울뿐더러 화재 진압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물과 시간이 필요하다. 이에 전기차 특성을 고려한 새로운 충돌 테스트 기준이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배터리 충격 대비해야
완성차 업계와 논의 중
국내 주요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전기차를 위한 충돌 평가 법 개발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백창인 현대차 통합안전개발실장은 지난 2일 열린 ‘전기차 보급 확대와 안전’ 심포지엄에서 “전기차 배터리의 경우 강한 충격이 동반되는 직접 충돌 시 위험 메커니즘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라며 “신규 충돌 평가 법을 개발하기 위해 최근 자동차 안전 연구원과 미팅을 가졌다”라고 밝혔다.
전기차는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의 엔진이 있던 공간에 여유가 생겨 충돌 흡수에 유리하고 무거운 배터리 팩이 차체 바닥에 깔려 있어 전복 위험이 적다. 화재 발생 빈도 역시 내연기관 차보다 낮지만 한 번 불이 붙으면 끄기 어려우며 멈춰 있는 상태에서도 불이 나는 경우가 있어 소비자 입장에서는 민감하게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석주식 자동차 안전 연구원 부원장은 “새로운 평가 방법에 대해 전기차 제조사와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의외로 까다로운 국내 기준
배터리 승인 규정 강화한다
한편 우리나라의 전기차 안전 기준은 의외로 해외 선진국과 비교해 봐도 우위에 있다. 전기차 배터리 관련 안전 시험은 유럽이 9개, UN이 10개 절차를 거치는 반면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진행하는 배터리 낙하 및 침수 시험을 비롯해 12개 과정을 거친다. 여기에 전기차 배터리 사전 승인 제도 도입을 추진해 안전 관리 효율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국내 현행법상 자동차와 부품을 각 제조사가 자체적으로 안전기준에 맞춰 판매하며 문제가 발견될 경우 리콜, 무상 수리 등으로 대처한다. 하지만 배터리만큼은 당국이 사전에 안전 기준을 정해두고 출시 전 승인받도록 한다면 보다 안전한 전기차를 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하 주차장 충전 제한
최대 80~90%까지만
지하 주차장 등 밀폐된 장소에서 전기차 충전 시 배터리 잔량 80~90%까지만 채울 수 있도록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전기차를 급속 충전할 경우 배터리 잔량 80%~85% 수준에서 멈추지만 완속 충전기를 사용하면 각각의 배터리 셀을 100%까지 충전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화재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외에 전기차 안전 백서가 올해 8월 공개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 사고, 화재 시 조치법 등 구체적인 안전 기준과 가이드라인을 담은 안전 백서는 유럽 내 차량 전문가들의 의견이 반영됐다. 전문가들은 “정부 차원에서도 가이드를 마련하고 법제화할 필요가 있으며 제조사는 외부 기관과 공조하고 긴급 조치 가이드를 적극 알릴 필요가 있다”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