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위협하는 보차혼용도로
10명 중 7명이 목숨을 잃기도
실효성 있는 대책은 언제쯤?
차량을 끌고 주행하다 보면 보행자와 차가 뒤엉켜 이곳이 차도인지 보도인지 헷갈리는 곳이 있다. 이러한 곳을 ‘보차혼용도로’라고 하는데, 다른 도로보다 교통사고 발생 건수가 약 54%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대두되고 있다.
이 같은 문제는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더욱 두드러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민식이법이 시행됐음에도 어린이 교통사고 발생 건수가 줄지 않는 주요 원인으로 보차혼용도로를 꼽고 있는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이 없는 것인지 의문이 제기된다.
보행자 우선권 강화에도
끊이지 않는 교통사고
보차혼용도로의 경우 도로 폭이 좁은 탓에 보도와 차도가 명확히 분리되지 않아 언제 사고가 나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지난 1월 13일 국토교통부는 ‘2022년도 국가 보행교통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보차혼용도로는 1km당 8.72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난 것. 게다가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의 70%가 보차혼용도로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그렇다면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은 없었을까. 지난해 4월 보차혼용도로 보행자 통행 우선권 보장을 골자로 한 도로교통법이 개정됐는데, 보도와 차도가 구분되지 않은 도로 중 중앙선이 있는 도로의 경우 보행자가 차마와 마주 보는 방향과 관계없이 길 가장자리로 각각 통행하도록 규정했다. 같은 해 7월에는 차량 통행속도를 20km로 제한하는 등의 ‘보행자 우선 도로’를 도입하기도 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인식 개선과 대책 마련해야
하지만 여전히 보차혼용도로 내 사고는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 서울시 마포구의 한 주민은 스쿨존 내 사거리 코너에 있는 편의점에서 나오면 곧바로 차도여서 위험천만한 상황이 수시로 발생한다고 말하며 한숨을 내쉬곤 했다. 주민들은 반복된 민원에도 마포구청이 어떠한 안전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다고 입을 모았는데, 이를 두고 마포구청 관계자는 “도로 폭이 7m로 좁아 보도를 조성하기에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지난 12월에는 폭이 4~5m로 좁고 가파른 데다 보도가 없는 보차혼용도로에서 초등학생이 차에 치여 숨지는 사고 발생해 공분을 산 바 있다. 도로교통공단 관계자는 “보차혼용도로를 일방통행로로 바꾸면서 보도를 설치한다거나 사괴석 도로포장(노면을 울퉁불퉁하게 자갈로 포장하는 방법)을 하는 게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국토교통부 역시 “건물 출입구가 차도와 연결되는 구간에 보도나 자동차 진입 억제용 말뚝을 설치해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빨갛게 물든 홍대 거리
역효과 초래할 가능성 높아
한편 최근 마포구청이 홍대의 한 보차혼용도로를 붉은색으로 칠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들은 많은 인파가 몰리는 보차혼용도로 내 안전사고를 막고 관광 특화 거리로 만들겠다는 목표로 붉은색의 미끄럼 방지 포장재를 바른 것이다.
해당 도로에는 ‘레드로드’라는 이름까지 붙였는데, 현장을 살펴본 전문가는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초반에는 미끄럼 방지 효과를 얻을 수 있겠지만, 6개월 정도 지나면서 마모가 시작돼 예전보다 더 미끄러울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레드로드가 보행자들에게 ‘차 없는 거리’라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