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충전 규격
과거엔 5종류에 달했다
DC 콤보가 패한 비결은?

내연기관 자동차가 가솔린, 디젤, LPG 등 유종에 따라 주유구 형상, 크기가 다르듯 전기차도 다양한 충전 규격이 존재한다. 우리가 흔히 충전구, 커넥터라고 부르는 EVI(Electric Vehicle Inlet)는 국제전기표준회의에 따라 DC 콤보 1과 2, AC 3상, 차데모, GB/T 등 크게 다섯 가지 규격으로 나뉜다.

2010년대 초중반에 출시된 초창기 전기차들은 모델마다 충전 규격이 제각각이라 충전에 큰 불편이 따랐다. 하지만 요즘 국내에 출시되는 전기차들은 대부분 DC 콤보 1을 사용하며 차데모, AC 3상 등 크게 세 가지 규격으로 간소화됐다. 어째서 핀이 7개나 되는 DC 콤보 1이 표준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걸까?

기아 EV6 생산 라인 / 사진 출처 = “현대자동차그룹”
급속 충전 중인 현대 아이오닉 5

모두가 윈윈하는 규격
설계, 사용 모두 쉬워

사실 DC 콤보 1은 전기차 충전 규격이 표준화되기 전에도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한국자동차공학회의 통계에 따르면 2017년까지 판매된 전기차 중 67%가 DC 콤보 1 방식이 적용되어 있었다. 정부가 전기차 충전 규격 표준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움직이기 전부터 시장에서 자연적으로 선택받고 있었던 셈이다.

그 비결은 압도적인 범용성과 효율에 있었다. DC 콤보 1은 직류와 교류 전원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충전 커넥터 하나만으로도 완속 및 급속 충전을 모두 이용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충전 시간은 기존 AC 3상보다 빠르며 차데모 대비 차량 정보 통신 성능도 우수하다. 게다가 완성차 제조사 입장에서도 급속과 완속 커넥터를 별개로 장착할 필요가 없으니 설계 및 생산 단가 측면에서 유리해진다.

현대 아이오닉 5 DC 콤보 1 충전구
완속 충전 커넥터

핀 개수만 총 7개
각 핀의 역할은?

대신 DC 콤보 1 방식은 핀이 총 7개에 달하는 복잡한 구조를 갖추고 있다. 5개의 핀으로 구성된 상단의 동그란 충전구가 완속 충전을 담당하며 그 아래에 있는 2핀짜리 충전구는 급속 충전을 위해 존재한다. 급속 충전용 커넥터는 이 두 가지 충전구를 모두 사용하기에 완속 충전 케이블보다 크고 무거울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각 핀은 어떤 역할을 맡고 있을까? 우선 완속 충전구는 교류 전기를 사용하는 만큼 +극, -극과 같은 극성이 없다. 대신 상단에 가로로 배치된 2개의 중성, 위상 핀이 이를 대체하며 하단 중앙에 있는 핀은 접지를 담당한다.

DC 콤보 커넥터 / 사진 출처 = “Wikipdeia”

부피 큰 급속 충전 커넥터
불가피한 이유 있었다

완속 충전구의 양쪽 끝에 위치한 작은 핀 2개는 통신 기능을 담당한다. 하나는 충전 커넥터가 충전구에 정확히 맞물려 있는지 감지하는 센서와 연결되어 있다. 만약 충전기를 꽂았음에도 연결 오류가 뜬다면 이 핀이 제대로 접촉되지 않은 것이다. 나머지 하나는 충전 속도와 충전량 등을 실시간으로 인식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마지막으로 급속 충전구는 직류 전기가 오가는 만큼 2개의 핀이 각각 +극과 -극을 담당한다. 실질적인 전력 공급은 이 2개의 핀 만으로 가능하지만 차량과의 통신과 커넥터 연결 여부 감지, 접지까지 필요하니 완속 충전구를 함께 사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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