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능 끝판왕 헤파 필터
병원에서나 쓰이는 규격
차량용은 사실 없다고?
지난 2016년, 테슬라는 전 차종에 ‘생화학 무기 방어 모드’를 도입해 엄청난 화제를 모았다. 일반 차량용 공기 정화 필터보다 100배 효과적인 헤파(HEPA) 필터를 적용해 최대 성능으로 가동할 경우 생화학 무기로부터 탑승자를 보호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한다.
실제로 테슬라는 비닐 돔에 모델 Y를 넣고 연막탄을 터트려 그 성능을 증명하는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빨간 연막이 차량을 완전히 감쌌음에도 실내 공기 질은 깨끗한 상태를 유지해 많은 이들이 환호했다. 이후 자동차 용품 시장에도 헤파 필터 및 H11 필터라는 명칭의 에어컨 필터가 우후죽순 등장했는데 차량용 헤파 필터는 사실 존재할 수 없다. 어째서일까?
차량용 필터는 등급 없어
평가 규격도 완전히 달라
우선 ‘헤파’는 반도체 생산 공장, 병원 수술실 등에서 쓰이는 공기 청정기, 에어컨 설비에 적용되는 규격이다. 구체적으로 파고들면 E10~E12 등급을 EPA, H13~H14를 HEPA, U15~U17를 ULPA라고 부른다. 하지만 차량용 에어컨 필터 중 HEPA 혹은 H11로 표기된 제품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사실 이들은 차량용 규격의 시제품으로 성능을 시험한 후, 그 결과를 대형 공조 시스템 기준으로 표기한 제품들이다.
게다가 차량용 에어컨 필터는 등급을 분류하는 기준이 없으며, 실제 헤파 필터를 사용한 제품이라도 규격이 맞지 않기 때문에 H 등급을 표기할 수 없다. 또한 차량용 에어컨 필터와 대형 공조 시스템용 필터의 평가 규격 역시 다르다. 대형 공조 시스템용 필터는 미국 냉난방 공조 기술자 학회의 ‘ASHRAE 52.2’ 및 유럽 ‘EN1822’를 기준으로 하며 차량용 에어컨 필터는 독일 공업 규격 ‘DIN 71460-1’이 적용된다.
결정적인 차이는 성능
고성능 필터 고르려면?
결정적인 차이는 결국 성능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차량용 에어컨 필터는 입자 직경 0.3~10.0㎛ 이내의 미세먼지를 통과시켜 먼지 제거 성능을 측정한다. 하지만 헤파 필터는 가장 제거하기 어려운 입자의 제거 성능을 측정한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오는 7월부터 차량용 에어컨 필터에 대형 공조 시스템용 규격을 표기할 수 없도록 시정 조치에 나설 예정이다.
그럼 차량용 에어컨 필터 중 성능이 우수한 제품을 고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업계 전문가들은 공기 정화 성능을 수치화한 데이터를 참고하고 특히 미세먼지 및 유해가스 제거 효율을 꼼꼼히 따져보라고 조언한다. 두 수치의 제거 효율이 높을수록 필터의 성능도 뛰어나다고 보면 된다.
각종 수치 꼼꼼히 따져야
자주 교체하는 것도 권장
이외에도 필터의 공기 투과율, 탈취율, 항곰팡이성, 항균도 등을 함께 살펴볼 수 있다. 곰팡이에 민감한 체질이거나 차량에서 악취가 나는 것 같으면 항곰팡이성, 탈취율이 높은 제품을 우선으로 고르면 된다. 항균도가 높다면 곰팡이 생성을 억제할 수 있으며 활성탄 필터는 배기가스, 신차 냄새를 포함해 인체에 해로운 물질을 차단해 준다.
성능이 우수한 차량용 에어컨 필터를 고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교체 주기 역시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통상적인 에어컨 필터 교체 주기는 6개월 혹은 주행거리 5,000~10,000km지만 차종에 따라 약간씩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환절기에는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므로 이 시기에 맞춰 필터 교체 주기를 줄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