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30만 시대 도래
배터리 손상 방지하는 법 개정
네티즌 사이에서 갑론을박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가 총 34만 7,395대라고 발표한 바 있다. 2019년 8만 9,918대에 불과했던 전기차 등록 대수가 불과 3년 만에 급성장한 것인데, 늘어나는 전기차 시장에 발맞춰 국토부가 법 개정안을 발표해 눈길을 쏠리고 있다.
해당 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 주차장을 지을 때 경사로 시작과 종점 지점에 완화구간을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본 내연기관 차주들의 반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데, 과연 정부는 왜 이 같은 법을 개정한 것인지 알아보자.
차량 하부에 설계된 배터리
높은 턱에 손상 가능성 커
전기차의 경우 내연기관차와 달리 무게 중심이 아래로 향해 있다. 이는 엔진이 아닌 배터리로 달리는 전기차의 특성상 무게 중심을 최대한 아래쪽으로 설계해 차량의 안정성을 높이고 실내 공간을 넓게 확보하기 위함이다. 실제 전 세계 자동차 제조사들은 제각기 전기차를 개발하면서 디자인, 성능 등에 차이를 두고 있지만, 배터리를 차량 하부에 설계하는 점은 동일하다.
그러나 낮아진 차체 하부로 인해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와 노면에 떨어진 단단한 이물질 등에 손상이 생기는 문제가 발생한 것. 국내에 시판 중인 한 전기차의 경우 노면에서부터 차량 하부까지 높이가 약 17cm인데, 국내 과속방지턱의 높이가 10cm인 점을 봤을 때 이 같은 우려는 더욱 커진다.
외부 충격 가해질 때 열폭주
정부는 경사로 완화구간 도입
무엇보다 배터리 외부에 충격이 가해지는 순간 1,000도 이상의 열폭주 현상이 일어나 자칫 큰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사고는 경사가 진 주차장에서 곡선 부분과 직선 부분이 만나는 곳에 자동차 하부나 범퍼가 부딪칠 때 발생하기도 하는데,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할 경우 더 큰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 이에 정부는 주차장 경사로 완화구간을 도입해 이러한 문제를 예방하겠다고 밝힌 것.
이를 본 네티즌들은 “차를 안전하게 만들면 될 텐데”, “기존에 맞게 차를 만들라고 해야지”, “전기차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불법 과속방지턱부터 단속하는 게 맞는 듯” 등의 불만을 토로하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반면 긍정적인 반응에는 “더 늘어날 전기차에 미리미리 준비하는 모습 좋다”, “안전을 위한 개선은 많을수록 좋다” 등이 있다.
화재 진압 힘든 전기차
지하주차장에선 더 어려워
이처럼 지하 주차장 경사로 완화구간을 두고 네티즌들의 설전이 오가는 가운데 부정적인 반응이 많은 것에 눈길이 쏠린다. 이들 대부분은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에 화재가 발생할 경우 진화도 어렵고 대형 화재로 번질 수 있다고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최근 3년간 소방청이 집계한 전기차 화재 현황을 봤을 때 2020년 11건에서 지난해 44건으로 4배가 늘어난 수치를 보이고 있기 때문. 또한 지난해 발생한 전기차 화재를 진압하는 데 평균 1시간 7분이 소요된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소방청은 전기차 충전 및 주자 장소를 지상에 설치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내용의 ‘성능 위주 설계 평가 운영 표준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다만 소방청의 가이드라인은 법적 강제력이 없는 권고 상황인 만큼, 정부가 보다 현실적인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전문가는 “국내 여건을 감안했을 때 충전 등의 시설을 지하에 설치하는 것을 배제할 수 없지만, 화재 진압이 어려운 지하에서 전기차 화재가 발생할 때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으니,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