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에게 어려운 평행 주차
기존 조향 시스템의 한계
진정한 사륜 조향 가능해진다
초보운전자들의 진땀을 빼게 만드는 것들 중 하나는 주차, 그중에서도 평행 주차일 것이다. 직각 주차보다 전후진을 반복할 일이 많은 데다가 광활한 여유 공간이 확보되지 않은 한 한방에 주차하기가 훨씬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좀 더 근본적인 원인을 생각해 보자. 현행 자동차는 앞바퀴만을 조향한다. 앞바퀴 조향만으로도 어지간한 기동이 모두 가능하지만 좁은 곳에서의 유턴과 주차 등의 상황에서 한계가 드러난다.
만약 네 바퀴를 모두 조향할 수 있다면 어떨까? 사륜 조향이 가능한 자동차도 최근 들어 찾아볼 수 있지만 뒷바퀴의 조향 각도는 한정적이며 그마저도 덩치 큰 차의 운전 난이도를 조금이나마 낮춰주기 위한 목적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머지않아 이러한 고민을 던져버릴 수 있는 날이 올 듯하다. 현대모비스가 네 바퀴를 독립적으로 제어하는 ‘인 휠 시스템’을 개발했기 때문이다.
인 휠 시스템 개발한 현대모비스
13년 동안 핵심 기술 독자 개발
현대모비스는 차량의 각 바퀴를 모터가 직접 제어하는 ‘사륜 독립 구동 인 휠(In Wheel)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19일 밝혔다. 인 휠 시스템은 각 바퀴에 별도의 모터가 탑재되는 만큼 조향 각도의 한계를 상당 부분 극복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각 바퀴를 서로 다른 방향으로 조향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를 활용하면 제자리에서 360도 회전하는 ‘제로 턴’이나 게처럼 옆으로 움직이는 ‘크랩 워크‘ 등 기존 자동차로는 따라 할 수 없는 기동이 모두 가능해진다.
이처럼 활용도가 무궁무진한 인 휠 시스템은 기존의 전기 파워트레인을 소형화해 차량 바퀴에 넣는 개념인 만큼 설계 과정이 까다롭다. 휠을 통해 가해지는 충격이 서스펜션을 통해 걸러지지 않고 휠 안의 구동계에 그대로 전달되는 만큼 내구성 확보도 난제로 꼽힌다. 하지만 2010년부터 인 휠 기술 개발에 나선 현대모비스는 핵심 기술인 구동 모터와 제어기 기술 모두 자체 개발에 성공했다. 아직 전 세계에서 양산 사례가 없는 만큼 그 의미가 크다.
장점 무수히 많아
사실상 혁신 기술
인 휠 시스템은 기존의 전륜 조향 구조로는 해낼 수 없었던 특수 모션 구현 외에도 다양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우선 인 휠 시스템은 기존 전기차에 필수적인 드라이브 샤프트 등 동력 전달 부품이 필요하지 않아 구동 효율이 극대화된다. 현대모비스에 따르면 전비를 기존 대비 20% 이상의 전비 개선 효과를 볼 수 있다. 따라서 같은 용량의 배터리를 얹고도 더욱 긴 주행 가능 거리를 확보할 수 있다.
아울러 기존의 구동 모터, 감속기 등이 탑재되던 기존 공간을 실내 공간 및 수납공간으로 활용할 수도 있으며 배터리 용량 확장 역시 가능해진다. 각 바퀴에 독립된 구동 모터가 탑재되는 만큼 전후좌우 각 모터에 효율적인 토크 분배를 통해 선회 성능을 향상할 수 있는 건 덤이다. 기존 전기차에서 좌우 구동륜의 차동 제한이나 브레이크 별도 제어 등의 방법으로 구현했던 토크 벡터링을 각 구동 모터의 출력 조절에서 크게는 강력한 회생 제동까지 활용해 더욱 적극적인 선회 성능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e-코너 시스템도 만든다
5년 내 완성 목표로 개발 중
앞서 현대모비스가 올해 초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개최된 CES 2023을 통해 선보인 e-코너 시스템의 핵심 기술도 인 휠 모터에 있다고 볼 수 있다. e-코너 시스템은 인 휠 모터를 중심으로 전자식 조향, 제동, 서스펜션 기술이 융합된 기술 집약체다. e-코너 시스템을 탑재한 아이오닉 5 프로토타입이 제자리에서 회전하고 크랩 워크를 시연하는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었다.
현대모비스는 현재 인 휠 시스템의 양산을 적극 고려 중이다. 아이오닉 5를 기반으로 프로토타입 차량을 제작했으며 현대차와 함께 양산에 필요한 신뢰성 검증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e-코너 시스템 역시 5년 내 완성을 목표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