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은 돌고 돈다
차 색상도 마찬가지
요즘은 녹색이 인기
“유행은 돌고 돈다”라는 말이 패션에만 국한되지는 않는 듯하다. 레트로 열풍이 커지며 요즘 보이는 최신 자동차 디자인에서 옛날 자동차의 디자인 요소를 찾아볼 수 있게 됐으니 말이다. 이는 자동차 외형뿐만 아니라 색상에도 해당한다. 흰색, 회색, 검은색 등 무채색 계열은 옛날부터 꾸준한 인기를 유지해왔지만 유채색 계열은 시대에 따라 선호도가 크게 달라져 왔다.
녹색의 경우 한때 촌스럽다는 이유로 외면받은 색상 중 하나지만 요즘 신차에는 다시 녹색 계열의 내외장 색상이 늘어가는 모습이다. 지난 1월 출시된 코나 풀체인지 모델은 외장 색상 중 ‘미라지 그린’이 마련되었으며, 최근 시그니처 스페셜 트림이 신설된 K8은 ‘딥 그린’ 내장 색상이 추가됐다. 13일 출시된 아반떼 페이스리프트 모델 역시 내장 색상으로 ‘세이지 그린’이 신규 투입됐다.
녹색 도입하는 완성차 업계
한때는 녹색 인기 최저였다
이러한 현상은 2020년대 초부터 두드러졌다. 제네시스는 2020년 GV70과 GV80에 ‘카디프 그린’ 외장 색상을 마련했으며, GV80의 경우 아예 메인 컬러로 해당 색상을 밀고 있다. 2021년에는 G90 풀체인지 모델을 출시하며 녹색 계열임과 동시에 역대 최초로 우리말 이름이 들어간 색상 ‘한라산 그린’을 도입하기도 했다.
무채색 선호도가 특히 높은 우리나라에서 녹색은 유채색 중에서도 비주류로 여겨져 왔다. 글로벌 자동차 페인트 기업 엑솔타(AXALTA)의 2020년 글로벌 인기 색상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소비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색상은 흰색(33%), 회색(22%), 검은색(17%) 순이었다. 녹색은 갈색(2%), 노랑(1%)에 이어 1%로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최근 눈에 띄게 높아진 선호도
신규 색상에 계약 변경하기도
하지만 최근 들어 녹색의 선호도가 눈에 띄게 높아진 것으로 확인된다. 신형 코나는 출시 당일인 1월 18일부터 3월 중순까지 약 2개월 간 아틀라스 화이트(46.6%), 에코트로닉 그레이 펄(19.8%), 미라지 그린(13.8%) 순으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코나는 위 3개 색상을 포함해 총 8개 색상 선택지가 있음에도 이 중 녹색이 3위를 차지한 셈이다.
기아 준대형 세단 K8은 이달 초 기존의 시그니처 트림을 대체하는 최상위 트림 ‘시그니처 스페셜‘이 추가됐다. 2.5L 가솔린 모델의 경우 선택조차 불가했던 전자제어 서스펜션이 탑재되며 신규 내장 색상인 ‘딥 그린’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후 K8 동호회에서는 “딥 그린 색상이 취향에 맞아 계약 중인 트림을 시그니처 스페셜로 변경했다”라는 반응이 이어지기도 했다.
일부 무채색보다 선호도 높아
중고가 방어에는 불리할 수도
작년 초 풀체인지를 거친 기아 니로 역시 외장 색상에 녹색 계열인 시티스케이프 그린이 마련되어 있다. 사전 계약 통계에 따르면 스노우 화이트 펄(51.3%), 인터스텔라 그레이(13.9%), 시티스케이프 그린(12.6%) 순으로 선호도가 높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시티스케이프 그린이 유채색 계열 중 가장 인기가 많았으며, 무채색인 오로라 블랙 펄(7.1%)보다 높은 선호도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아울러 엑솔타의 작년 글로벌 인기 색상 보고서에 따르면 녹색은 노랑, 갈색을 제치고 선호도가 7위까지 성큼 오르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 업계가 세련되면서도 촌스럽지 않은 색상을 개발하는 흐름에서 녹색 계열이 주목받는다”라며 “다만 중고 시세 방어에는 불리할 수도 있으니 이를 고려하고 선택하는 것이 좋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