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 현대차도 일본에선 죽상
한국 자동차가 외면받는 이유
하이브리드 공략 앞세운 일본
한때 국내에 불었던 ‘노 재팬(일본상품불매)’ 운동으로 일본 자동차 업체가 한국 시장까지 포기할 정도로 고전을 면치 못했는데, 최근 양국 관계 개선 정세가 맞물리며 다시 활기를 되찾고 있다. 실제 한국수입차협회(KAIDA)가 ‘2월 수입 승용차 등록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일본 자동차 브랜드인 렉서스와 토요타가 각각 1,344대와 695대로 10위권 내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반면 한국 자동차업체들은 과거와 마찬가지로 이렇다 할 성적을 못 내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완성차 업체인 현대자동차 역시 일본의 전기차 시장에 승부수를 던졌으나,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가운데 일본인들이 한국 자동차를 꺼려하는 이유가 밝혀진 것. 과연 어떤 이유에서 한국 자동차를 선택하지 않는 것인지 알아보자.
좁은 주차 공간으로
경차 및 소형차 인기
지난해 일본에서 판매된 수입차 25만 8,637대 중 현대차는 단 526대뿐이었다. 이는 전체 26개 브랜드 중 24를 차지한 것이다. 비록 현대차가 일본 시장에서 철수한 지 13년 만인 지난해 다시 발을 들였다지만, 처참한 성적은 충격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한국 자동차는 일본에서 유난히 작아지는 것일까. 여기에 대한 해답은 한국에 비해 도로폭과 주차 공간이 좁은 점에서 살펴볼 수 있다. 이에 일본 내 소비자들은 아직까지 경차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일본 현행법상 차급을 경차와 소형차, 보통차로 구분하고 있는데, 경차와 소형차의 차폭은 각각 1,480mm와 1,700mm 이하로 정하고 있다.
게다가 일본의 기계식 주차장에 넣을 수 있는 차폭은 1,800~2,000mm이지만, 차폭이 1,890mm인 아이오닉5을 아무리 잘 주차했다고 해도 문을 제대로 열고 나오기 어려운 것. 일부 구형 주차장은 차폭 1,850mm 이하로 지정하고 있기에, 사실상 경차와 소형차를 위한 주차 공간이다.
가격 경쟁력에서도 밀린
한국신 자동차들
과연 크기만 문제가 되는 것일까. 일본인들은 한국 자동차를 떠올릴 때 크기가 큰 것은 물론 비싸다는 점에서 경쟁력이 밀린다. 현지에서 운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약 71%가 자동차를 구매할 때 가격을 가장 중시한다고 답한 점에서 이를 확인해 볼 수 있다.
그렇기에 일본에서 약 4,700만 원에 판매되고 있는 아이오닉5가 밀릴 수밖에 없는 셈이다. 또한 한국과 비교할 때 일본의 자동차세, 주차료, 중량세, 보험료 및 고속도로 통행료 등이 현저히 높아 큰 차량일수록 유지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점도 하나의 이유다.
친환경시대 주목받는
일본 하이브리드 차량
한편 일본 자동차 업계는 한국 자동차 업계가 손을 놓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라인업을 강화함에 따른 한국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렉서스의 경우 지난달 판매량이 전년 동월 대비 183% 증가하며, 수입 승용차 등록 4위를 차지 했다. 이는 그동안 4위 자리를 두고 다퉜던 폭스바겐, 볼보, 포르쉐 등 유럽 브랜드를 제치고 존재감을 내비쳤다 볼 수 있다.
토요타는 지난달 ‘RAV4 PHEV’를 한국 시장에 출시했는데, 기존 PHEV차량의 단점으로 지적되던 짧은 전기 주행 거리를 1회 완충 시 50~60km대로 크게 늘린 것. 여기에 에너지 효율성 및 온실가스 배출 항목에서 7.7점(10점 만점)의 점수를 받음으로써, 높은 연비와 내구성, 합리적인 가격 등이 한국 소비자들의 관심을 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