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가하는 수입 전기차 판매량
전기차 보조금 불이익에도
인프라 확충은 ‘나 몰라라’
작년 수입차 브랜드 가운데 전기차를 가장 많이 판매한 곳은 메르세데스-벤츠다. 2021년 말 국내 출시된 대형 전기 세단 EQS를 비롯해 EQA, EQB, EQC, EQE 등 전기차 5,004대를 판매했다. 하지만 작년 벤츠가 한국에 설치한 급속 충전기는 고작 5대에 불과하다.
벤츠뿐만 아니라 수입차 업계 대부분이 국내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 확대에 혈안이지만 막상 충전 인프라 구축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전기차 충전 인프라는 정부의 과제라는 인식이 적지 않은데 인프라 구축 속도가 현재의 전기차 보급 속도를 따라가기 위해선 완성차 업계의 역할도 상당히 중요하다.
추가 보조금 최대 180만 원
충족하는 업체는 현대차그룹뿐
정부는 올해 초 전기차 보조금 개편안을 발표하며 충전 인프라, 혁신 기술, 보급 목표 이행 등으로 구성된 ‘인센티브‘, 주행 가능 거리 등에 따라 나뉘는 ‘성능 보조금’으로 차등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이 중 인센티브 지원금은 충전 인프라 20만 원, 혁신 기술 20만 원, 보급 목표 이행 140만 원 등 최대 180만 원으로 책정됐다. 인센티브 기준을 모두 충족하면 성능 보조금에 보너스 개념으로 180만 원의 추가 혜택이 주어지는 셈이다.
하지만 인센티브 보조금 180만 원을 모두 받을 수 있는 전기차는 현대차그룹 모델밖에 없다. 아이오닉 5 및 6, EV6, GV60 등 현대차그룹 전용 플랫폼 기반으로 개발된 전기차들은 배터리 전력을 외부에서 끌어 쓸 수 있는 V2L 기능이 탑재되어 혁신 기술 보조금 지급 대상이다. 하지만 현재 판매되는 수입 전기차 중에서는 V2L 기능을 갖춘 모델이 없다. 지난 3년 동안 급속 충전기 100대를 설치해 충전 인프라 항목을 충족한 BMW가 160만 원으로 수입차 중 가장 많은 인센티브 보조금을 받게 된다.
작년 충전기 5대 설치한 벤츠
폭스바겐은 하나도 없었다
BMW와 함께 수입차 시장 최상위권을 다투는 벤츠는 BMW보다 많은 전기차를 판매했음에도 작년 급속 충전기 5대 설치에 그치는 등 정반대 행보를 보인다. 작년 전기차 1,128대를 판매한 포르쉐도 벤츠보다 많은 급속 충전기를 설치했다.
전기차만 판매하는 수입차 브랜드도 급속 충전 인프라 확충에 별다른 관심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작년 전기차 단일 모델 가운데 최다 판매량을 기록한 폴스타는 급속 충전기를 8대 설치했다. 푸조는 9대, 볼보는 36대로 나머지 수입차 브랜드도 큰 차이 없는 수준이다. 작년 ID.4를 출시하며 국내 전기차 판매에 돌입한 폭스바겐은 급속 충전기를 단 한 대도 설치하지 않았다.
지금도 E-핏 확장하는 현대차
아직 계획조차 없는 수입차 업계
이에 따라 수입차 업계가 전기차 판매에만 집중할 뿐 인프라 구축에는 소홀하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BMW를 제외한 완성차 업계 직영 충전소는 테슬라의 ‘슈퍼차저’ 및 현대차그룹의 ‘E-핏’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작년 말 기준 전국에 설치된 E-핏 급속 충전기는 229대이며 현대차그룹은 지금도 급속 충전 인프라 확충을 서두르고 있다.
수입차 업계는 국내에서의 급속 충전기 인프라 확충을 위한 계획조차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급속 충전기를 늘리기에는 한계가 있어 당장 계획이 없다”며 “주 소비층이 인센티브 보조금 20만 원 차이 때문에 구매 여부를 망설이지는 않기에 보조금 확보를 목적으로 급속 충전기를 설치할 이유가 없는 것도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