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진화하는 모빌리티
교통수단에서 생활 공간으로
차량 내 게임 시장이 뜬다
현시대의 자동차는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일종의 생활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우리는 자동차를 자연스레 교통수단으로 인식하지만 당장 우리가 차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떠올려보기만 해도 이 말이 의미하는 바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오디오 시스템으로 음악을 들을 수 있으며 차가 멈춘 상태에서는 지상파, OTT 서비스 등을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도 있다.
테슬라의 경우 지난 2019년 차량 내 센터 디스플레이를 통해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테슬라 아케이드’를 도입했다. 게임 콘솔을 화면에 연결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며 차량 스티어링 휠과 페달로 조작하는 레이싱 게임도 있어 큰 화제가 됐다. 테슬라 외에도 많은 완성차 제조사들이 차량 내 게임 기능을 도입했거나 적극적으로 고려 중인데, 자동차 업계가 갑자기 게임을 순정 기능으로 갖추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래의 주 소비층 될 Z세대
더욱 다양한 즐길 거리 필요
요즘 완성차 업계의 고민 중 하나는 “자동차로 이동하는 시간을 얼마나 편안하고 즐겁게 보낼 수 있을까?”이다. 소니혼다모빌리티는 올해 초 전기차 ‘아필라(Affela)’ 프로토타입을 공개하며 차량 내에 플레이스테이션을 탑재하겠다고 밝혔으며, 폭스바겐 그룹의 소프트웨어 자회사 ‘카리아드(CARIAD)’는 최근 차량 내에서의 게임에 관한 발표를 진행하기도 했다.
카리아드는 Z세대(1990년대 중반~2010년대 초반) 10명 중 9명은 주기적으로 게임을 즐기며, 미래 모빌리티가 이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는 더욱 다양한 즐길 거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미 카리아드는 중국에서 판매되는 포르쉐, 아우디의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에 간단한 아케이드 게임을 추가한 바 있다. 각국의 규제에 저촉될 수도 있는 부분이지만 적어도 중국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으며 소비자들의 반응도 긍정적인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VR 콘텐츠도 상용화
다양한 아이디어 쏟아졌다
지난 2019년 아우디는 디즈니와 함께 개발한 VR 체험 플랫폼 ‘홀로라이드(Holoride)’를 발표하기도 했다. 홀로라이드는 동승자들이 VR 고글을 착용하면 주행 상황에서 가감속과 횡 가속도 등을 메타버스와 연동해 몰입감 있는 디지털 경험을 제공한다. 4년이 흐른 올해부터 독일에서 서비스가 본격화되며 향후 중국과 북미 시장에서도 서비스를 확대할 전망이다.
또한 카리아드는 스마트폰 등을 차량에 연동해서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이나 음성을 통해 퀴즈를 맞는 등의 대화형 오디오 콘텐츠, 에어컨 및 앰비언트 라이트를 실감 나는 게임 경험에 활용할 아이디어도 언급했다. 현재는 대부분 콘셉트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미래 모빌리티에서는 다양한 형태로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진짜 목적은 따로 있어
새로운 수익 창출 수단
완성차 업계가 게임을 적극 도입하려는 이유에는 미래 모빌리티의 주요 키워드인 ‘자율주행’, ‘전동화’와 깊은 연관이 있다. 레벨 4 자율주행이 언젠가 보편화된다면 운전석에 앉은 탑승자가 주행에 관여할 일은 거의 없으며 영상 시청, 게임 등 집에서 흔히 즐기는 콘텐츠를 찾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전기차를 충전하는 동안 차에서 보내는 시간 역시 게임에 활용할 수 있다.
무엇보다 차량 내 게임 기능을 구독 서비스에 접목해 새로운 수익 창출 수단을 마련할 수도 있다. 열선 시트 등의 옵션을 매월 구독료를 내면서 사용하는 것에 대해선 소비자들의 거부감이 크지만 OTT 서비스, 게임 등은 비교적 소비자들의 저항이 덜해 접근하기 용이할 것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차량 내 콘텐츠를 다양화함으로써 점점 자동차에 흥미를 잃어가는 미래 세대들의 시선을 끌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