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에 필수인 리튬
전기차 가격 좌우한다
먼저 찜하는 기업이 임자
전 세계 완성차 업계가 전기차 생산을 확대하며 배터리 소재 확보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배터리 생산 원가의 40%를 차지하는 리튬 수요도 날이 갈수록 치솟는 추세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작년 배터리용 리튬의 수요는 60만 톤 수준이었지만 2030년에는 218만 톤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따라서 배터리 원료의 안정적인 확보는 가격 경쟁력과 직결된다. 작년에는 미국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시행하며 완성차 제조사들이 중국에서 벗어나 북미산 원료를 확보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주요 전기차 제조사들이 배터리 원료 확보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자세히 살펴보았다.
광산 업체와 앞다퉈 계약
8천억 원 규모 투자까지
블룸버그통신의 18일(현지 시각) 보도에 따르면 테슬라는 캐나다 리튬 개발 업체 ‘시그마 리튬’ 인수를 적극 검토 중이다. 시그마 리튬은 브라질에 위치한 대규모 리튬 매장지의 광산 개발권을 갖고 있으며, 올 4월부터 LG에너지솔루션을 비롯한 주요 고객사로 원자재 배송 앞두고 있다. 또한 테슬라는 호주의 흑연 개발 업체 ‘마그니스 에너지’와도 장기 계약을 체결했다. 마그니스 에너지는 2025년부터 적어도 3년 동안 배터리용 흑연을 테슬라에 공급할 예정이다.
제너럴모터스(GM)는 지난달 캐나다 광산 업체 ‘리튬 아메리카스’에 6억 5천만 달러(약 8,486억 원) 투자하기로 약속했다. 미국 네바다주에 위치한 리튬 광산 개발에 참여하고 배터리 원료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한 목적이다. 아울러 GM은 2026년부터 해당 광산에서 매년 4만 톤씩 채굴되는 리튬을 전량 구매하겠다고 발표했다. 전기차 생산 대수로 환산하면 무려 70만 대에 달하는 물량이다.
수 년짜리 장기 계약은 기본
국내 업계도 중국에서 벗어난다
다른 완성차 업체들도 미국과 FTA가 체결된 캐나다, 호주의 배터리 원료 업체들과 장기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스텔란티스그룹은 작년 10월 코발트, 니켈 공급을 위해 호주 광산 업체 ‘GME 리소스’와 계약을 맺었다. 포드는 작년 6월 호주 광산 업체 ‘라이언 타운’과 계약했으며 내년부터 리튬을 공급받을 예정이다. BMW는 호주 ‘유러피안 리튬’과 6년 동안 리튬을 구매하는 장기 계약을 맺으며 선금 1,500만 달러(약 196억 원)를 지급했다. 벤츠 역시 작년 말 캐나다 ‘록 테크 리튬’과 연 1만 톤 규모의 리튬 공급 계약을 맺었다.
국내 배터리 제조 업계 또한 중국을 앞다퉈 벗어나고 있다. LG화학은 이달 미국 광산 업체 ‘피드몬트 리튬’으로부터 4년 동안 리튬 정광을 매년 5만 톤 규모로 공급받기로 했다. 리튬 정광은 리튬 광석을 가공 및 농축한 고순도 광물로, 북미 지역에서는 캐나다 퀘벡에 위치한 NAL 광산에서 유일하게 상업 생산이 가능하다. 아울러 LG화학은 피드몬트 리튬에 7,500만 달러(약 979억 원)에 달하는 투자 계약도 맺었다.
미국과 파트너십까지 맺어
회사 운명이 걸린 원료 확보
SK온은 작년 10월 호주 자원 개발 업체 ‘레이크 리소스’의 지분 10%를 확보했으며 고순도 리튬 23만 톤을 공급받는 장기 계약을 체결했다. 작년 9월에는 호주 ‘글로벌 리튬’과도 리튬 정광 장기 공급 계약 맺었다. 포스코 홀딩스는 얼마 전 호주 ‘진달리 리소스’와 업무 협약을 체결했으며 미국에서 점토 리튬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한편 현대차를 비롯한 국내 주요 전기차, 배터리 관련 기업들은 미국의 ‘핵심 광물 안보 파트너십(Minerals Security Partnership. MSP)’을 활용해 해외 광산 사업 참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관련 업계가 원자재 확보를 위해 소리 없는 전쟁터에 뛰어들고 있다”라며 “얼마 지나지 않아 배터리 원료 확보 역량은 자동차 제조사의 역량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