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의 상징이었던 디젤
디젤 게이트 이후 퇴출 1순위
쉽게 내려놓지 못하는 업계
한때 친환경 자동차로 높은 인기를 누렸던 디젤 차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지난 2015년 폭스바겐그룹 디젤 게이트가 터지며 십수 년 동안 이어온 디젤 차 친환경 마케팅은 사기극이었다는 것이 만천하에 드러났고 업계 전문가들은 현재 내연기관 퇴출 흐름의 근본적인 시발점으로 디젤 게이트를 꼽기도 한다.
2015년 당시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디젤 차의 점유율은 50%에 육박했지만 올해는 20%대로 급락했다. 현재 판매 중인 디젤 차는 국산, 수입차 전체를 통틀어 86종, 상용차를 제외하면 65종에 불과해 가솔린 모델의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배출가스 규제도 갈수록 까다로워지지만 일부 브랜드는 아직 디젤 차 판매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7 시리즈에 디젤 추가한 BMW
재규어, 랜드로버도 디젤 유지
폭스바겐은 지난 16일 티구안 올스페이스 디젤 모델을 출시했다. 작년 티구안 올스페이스의 가솔린 모델이 먼저 출시되며 디젤 라인업이 단종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왔지만 결국 티구안 5인승 모델과 마찬가지의 구성을 갖추게 됐다. BMW 또한 플래그십 세단 7 시리즈 신형에 디젤 파워트레인을 추가했다. 이로써 신형 7 시리즈는 가솔린, 디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 모델 i7까지 모든 파워트레인 선택지가 마련됐다.
재규어와 랜드로버는 대부분 모델에서 D250, D300 등 디젤 파워트레인을 고를 수 있다. 스텔란티스코리아 역시 푸조, DS 브랜드 대부분 라인업에 디젤 엔진을 탑재해 판매하고 있다. 포드가 3월 중으로 출시할 픽업트럭 레인저 역시 디젤 단일 파워트레인 구성으로 확정돼 호불호가 갈리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사실상 멸종
유럽은 시간 더 걸릴 듯
사실 포드를 제외한 미국 완성차 업계는 디젤 모델 판매를 대부분 중단했다. GM 산하 브랜드인 쉐보레, 링컨, 캐딜락의 경우 디젤 파워트레인이 탑재된 모델을 찾아볼 수 없다. 포드 레인저의 경우 포드의 수출 전략에 따라 디젤 엔진이 탑재된 만큼 미국 내수용 사양의 경우 가솔린 사양만 판매된다.
업계는 국가에 따라 디젤 차량의 판매가 꽤 오랫동안 이어질 수도 있다고 본다. 유럽의 경우 자동차 업계 전반이 디젤 게이트 직전까지 디젤 차에 집중해온 만큼 디젤 라인업 정리에 시간이 더욱 걸릴 수밖에 없다는 중론이다. 또한 디젤 모델 판매 수익이 전기차 개발 비용 마련에 적잖은 도움이 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향후 10년 내로 퇴출
메리트도 거의 없어
하지만 냉철하게 바라보면 디젤 신차는 향후 10년 이내로 사라질 전망이다. 당장 우리나라만 해도 서울 사대문 내에서 5등급 경유 차의 통행이 금지되며 오는 2025년부터는 통행금지 대상이 4등급으로, 2023년에는 4~5등급 경유 차의 통행금지 구역이 서울 전역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디젤 차량에 대한 소비자 인식도 부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현행 디젤 차에 필수인 요소수 관리가 번거로우며 경유 가격이 휘발유 가격을 역전해버렸기에 더 이상 장점이 없다고 판단하는 분위기다. 국내 완성차 업계에서는 신차를 출시하는 족족 디젤 파워트레인을 배제하는 움직임이 눈에 띈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와 미국의 경우 디젤 차량 감소세가 두드러지지만 디젤 엔진 의존도가 높았던 유럽의 경우 그 속도가 느릴 것으로 보인다”라며 “일부 제조사들은 생존을 위협받을 수도 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