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업계 트렌드
‘구독제 옵션’ 논란
대놓고 반기 들었다

작년부터 자동차 업계에서 구독제 옵션이 이슈가 되고 있다. 구독제 옵션이란 차를 생산할 때 모든 기능에 대한 하드웨어를 미리 탑재하고 매월 옵션 구독료를 지불하는 고객에 한해서만 소프트웨어 제한을 풀어주는 개념이다. 예를 들어 차량에 통풍 시트가 기본 탑재되어 있지만 기본적으로 기능이 잠겨 있으며 매월 구독료를 지불해야 해당 기능을 마침내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해당 수익 모델은 메르세데스-벤츠가 먼저 도입했지만 논란의 불을 제대로 지핀 건 BMW다. 벤츠의 경우 원격 주차 시스템,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등 부수적 기능을 구독제 옵션으로 운영하지만 BMW는 스티어링 휠 및 시트 열선 등과 같이 필수적인 기능도 포함했기 때문이다. 이미 하드웨어에 대한 값을 지불했음에도 기능을 사용하기 위해 지속적인 중복 지출을 해야만 한다는 점에서 논란이 큰데, 최근 한 기업이 이에 대한 노골적인 반대 의사를 표명해 주목받고 있다.

사진 출처 = “Dacia”
사진 출처 = “Dacia”

대중차 브랜드 ‘다치아’
온수 팩 나눠주는 이유

‘다치아(Dacia)’는 BMW를 포함한 일부 자동차 제조사가 열선 기능을 구독 서비스에 포함하자 이에 대한 반발 및 풍자 목적으로 무료 온수 팩을 배포하는 마케팅을 시행 중이다. 다치아는 한때 루마니아 자동차 회사였지만 현재는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에 인수된 대중차 브랜드다.

다치아는 영국 런던의 브렌트 크로스, 스완지의 펜드로드 웨이, 멘체스터의 트리니티 웨이에 위치한 판매 거점에서 오는 2월 1~2일(현지 시각)까지 누구든 온수 팩을 받을 수 있다고 발표했다. 다치아는 BMW가 열선 시트 기능을 사용하기 위해 매월 2만 원가량의 구독료를 낼 것을 요구한 것에 대한 비판의 의미로 온수 팩에 ‘열선 시트 구세주‘라는 이름을 붙였다.

커넥티드 드라이브 스토어 / 사진 출처 = “BMW 코리아”
BMW 열선시트 버튼 / 사진 출처 = “Imgur”

“우린 이런 짓 안 한다”
범위 확장하는 BMW

이번 마케팅의 책임자인 루크 브로드(Luke Broad) 영국 다치아 디렉터는 “우리는 이미 설치된 기능을 활성화하기 위해 소비자에게 추가 비용을 지불할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며 “소비자 입장에서 열선 시트의 필요성이 어떻든 적어도 다치아를 타는 고객은 열선 버튼만 누르면 된다”라고 말했다.

현재 BMW는 시트뿐만 아니라 스티어링 휠의 열선 기능도 매월 1만 3천 원가량의 구독료를 내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오토 하이빔 및 블랙박스 기능 역시 구독 서비스로 제공되어 소비자들의 불만이 갈수록 쌓이는 상황이다. 미국 뉴저지 주는 지난 10월 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해 구독제 옵션을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다치아 산데로
다치아 더스터 / 사진 출처 = “Top Gear”

철학 있는 브랜드
유럽 내 여파 클 듯

한편 다치아는 유럽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저렴한 차를 만드는 브랜드로 유명하다. 준중형 해치백 ‘산데로’의 시작 가격은 14,550유로(약 2,027만 원)이며 가장 비싼 모델인 더스터 풀옵션 사양도 3천만 원대 초반이면 살 수 있다. 이러한 원가 절감을 위해 최소한의 안전 사양만 탑재하고 차로 유지 보조 기능을 기본화하지 않는 등의 초강수를 두기도 했다.

드니 르 보트(Denis Le Vot) 다치아 CEO는 작년 9월 영국 자동차 전문 매체 ‘탑 기어(Top Gear)’와의 인터뷰에서 “자체 연구 결과 많은 운전자들이 차로 유지 보조를 비활성화한다”며 “우리는 고객에게 능동적 안전장치에 대한 구매를 강요하지 않고 선택권을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다치아의 철학을 고려하면 이번 마케팅의 의미가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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