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어드는 출고 대기
점점 쌓이는 재고
할인 전쟁 터진다

작년 자동차 시장은 완성차 제조사들에게 뷔페나 다름없었다. 반도체 부족에 따른 신차 공급난을 비롯한 여러 이유로 공급보다 수요가 치솟는 기현상이 벌어졌고 제조사들은 원자잿값 인상 등을 빌미로 신차 가격을 마음껏 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시장 흐름이 정반대로 바뀌고 있다.

부품 공급난이 진정세에 접어들며 출고 대기 기간이 크게 줄어들었고 일부 모델은 재고가 쌓이며 할인 경쟁에도 불이 지펴지기 시작했다. 자동차 구매 플랫폼 ‘직카’의 통계에 따르면 작년 9월 전국 신차 재고 물량은 평균 1,402대였으나 18일 기준 3,339대로 급증했다. 금리 인상과 불황이 겹쳐 신차 수요는 앞으로도 감소세를 유지할 전망이다.

즉시 출고되는 모하비
그랜저도 재고차 있어

현재까지 누적된 주문 물량이 200만 대에 달하는 현대차그룹도 비인기 모델 위주로 재고가 쌓이는 상황이다. 캐스퍼, 모닝 등 경차와 준대형 SUV 모하비는 고객이 원하는 사양과 일치할 경우 당장이라도 출고할 수 있는 재고가 수백 대씩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 준대형 SUV 팰리세이드의 경우 2.2 디젤은 1개월, 3.8 가솔린은 3개월이면 받아볼 수 있다.

기아 쏘렌토는 작년 말까지만 해도 대기 기간이 10개월에 달했지만 이번 달에는 5개월로 절반이나 줄었다. 인기 모델은 여전히 오랜 기간을 기다려야 하지만 폭등하는 금리를 감당하지 못하고 계약을 취소하는 소비자들이 늘며 취소차가 쌓였기 때문이다. 현대차 영업 일선에 따르면 신형 그랜저의 공식적인 대기 기간이 10개월로 명시되어 있으나 계약 취소 물량이 늘어 즉시 출고할 수 있는 차량도 있다고 한다.

수입차 업계도 마찬가지
5 시리즈 재고만 400대

수입차 역시 재고가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수입차 업계에 따르면 메르세데스-벤츠 중에서도 최고의 인기를 자랑하는 E-클래스 E250, E350도 즉시 출고할 수 있는 물량이 있다. BMW 또한 베스트셀러 5 시리즈를 비롯한 전체 라인업의 재고가 400여 대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우디는 A6를 제외하고 어떤 모델이든 즉시 출고할 수 있다.

따라서 완성차 업계는 골치 아픈 재고를 처리하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폭탄 세일을 감행하고 있다. 현대차는 작년 말 캐스퍼 재고가 1,000대를 넘기자 최대 150만 원에 달하는 할인 조건을 내세웠고 1월 현재도 최대 100만 원까지 할인 판매 중이다.

천만 원대 할인 시작
가격 경쟁 심화할 듯

수입차 업계는 스케일이 한 차원 높다. BMW는 6 시리즈를 1,100~1,250만 원, 5 시리즈를 950~1,850만 원 할인된 가격에 판매 중이다. 아우디는 A4와 A5를 최대 1,400만 원 할인 판매한다. 이런 상황에서도 본격적인 경기 침체가 예상됨에 따라 소비 심리가 위축되어 판매량에 별다른 변화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향후 신차 재고가 계속 증가한다면 자동차 업계의 가격 경쟁도 심화할 전망이다. 미국의 경우 차량 판매 시 딜러 몫이 되는 ‘달러 인센티브’가 급등하며 고객 할인 폭이 커지는 상황이다. 작년까지 상상을 초월하는 가격 인상 폭을 보였던 테슬라는 최근 차량 가격을 최대 20% 인하하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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