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차주들의
험난한 귀성길
충전 대란 예상돼

21일부터 시작되는 설 연휴에 고향에 내려가기 위한 움직임이 분주하다. 국토교통부와 한국교통연구원은 연휴 시작 전날인 20일부터 닷새 동안 하루 평균 530만 명씩 2,648만 명이 이동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긴 연휴 기간과 거리두기가 해제된 이후 첫 명절을 맞이해 고향을 찾는 이들이 전년 대비 20%나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토부는 가장 혼잡이 예상되는 날은 21일 오전과 23일 오후로 예측하며 ‘설 연휴 특별교통 대책 기간’을 준비 중이다.

이렇게 귀성길에 오르는 사람이 많은 만큼 교통 체증도 증가하게 되는데, 여기서 전기차 차주들의 걱정은 시작된다. 지난해 10월 기준 전기차 누적 등록 대수는 약34만대에 달하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한 충전소 인프라로 전기차 차주들은 고통받고 있다. 특히나 이동 거리가 긴 연휴 기간 귀성길을 준비하는 전기차 차주들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느린 충전시간과 고속도로 휴게소 내 부족한 충전소의 결합이 정점을 찍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고속도로 위 전기충전소 현황. 얼마나 심각하기에 벌써부터 걱정하고 있는걸까.

전기차 충전
얼마나 걸릴까?

전기차 충전 시간은 충전기 종류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100KW 급속충전기로 충전할 시 30분 내외로 충전이 가능하지만 국내 대다수의 충전기가 완속 충전기로 보급되어 있다. 지난해 기준 급속 충전소는 대략 1만 6천 곳밖에 되지 않지만, 완속 충전소는 11만 곳이 넘는다. 고속도로 위 충전소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고속도로 휴게소 207곳 중에 199곳에 전기 충전기 590대가 설치되어 있다. 전기차 충전기가 없는 휴게소도 전국에 11곳이나 있다.

급속 충전기에 속하는 100kw 이상의 급속 충전기는 단 154대에 불과하다. 이를 제외하고는 충전하는데 대략 1시간 정도가 걸리는 완속 충전기라는 것이다. 고속도로 충전소에서 내 앞에 두 대의 차량만 있어도 세 시간 이상 휴게소에서 발이 묶이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 대부분 고속도로 휴게소의 전기차 충전 시간은 1시간을 넘고 있는 상황에, 대기 인원이 훨씬 늘어날 연휴 기간엔 충전을 위해 얼마를 기다려야 할지 예상되지도 않는다는 반응이다.

고속도로 휴게소 내
급속충전기 보급의 어려움

많은 이용자들이 긴 이동 거리로 이용하는 고속도로지만, 왜 휴게소 내의 전기차 충전소는 급속 충전기를 확보하지 못한 걸까? 이유는 고압 전기 취급에 있다. 급속 충전을 위해서는 고압 전기를 이용해야 하는데, 이는 한국전력의 협조가 필요한 작업이다.

그렇다고 한국 전력이 전기차 충전에 관해 전담하는 것도 아니다. 그 역할은 또 환경부가 맡고 있다. 이처럼 많은 이해 관계자들로 쪼개져 빠른 일 처리가 어려워 충전기 확보가 늦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올해 한 국회의원은 전기차 충전의 전담을 도로공사로 명확하게 지정하는 ‘전기차 안심 충전법’을 발의하기도 했지만, 시행까지 이어질지는 여전히 미지수이다.

전기차 충전 난민들
사고로 이어지기도 해

이렇게 여전히 전기차 충전에 애를 먹고 있는 차주들은 자신들을 ‘충전 난민’이라고 지칭하기도 한다. 고속도로 휴게소의 전기차 충전기 보급 문제는 단순히 차주들의 시간 낭비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심각한 사고의 발생 원인이기도 하다. 대기를 최소화하기 위해 빠르게 휴게소로 진입하려는 전기차들의 경쟁 과속은 물론이고 주행 도중 고속도로 한가운데서 멈춰버릴 수도 있다. 이동 인구가 많은 연휴 기간은 당연히 더욱 위험하다.

물론 전기차 차주들도 귀성길에 오르기 전, 넉넉한 충전을 해두는 준비도 필요하다. 다만 전기차 배터리는 날씨나 차량 상태에 따라 변수가 많기에 예상 키로 수보다도 훨씬 못 가서 방전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 같은 충전 대란에 연휴 기간 자차를 포기하고 대중교통 이용을 택하는 차주들이 늘어나고 있다. “전기차는 시기상조”라는 말은 이런 곳에서 오는 게 아닐까. 전기차가 대세로 떠오르고 있는 만큼, 일상 전체에서 불편함이 없는 충전 인프라 구축이 반드시 따라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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