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홀드왕 출신
WBC가 만든 운명의 장난
KT위즈 이강철 감독 반응

KBO리그 통산 105홀드를 이룬 KT위즈의 주권이 중국 대표팀 소속으로 오는 3월에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한다. 지난 3일 주권은 KT 구단을 통해 “고민을 많이 했지만 WBC는 최고의 선수가 모이는 자리이기 때문에 좋은 경험이 되겠다고 생각했다. 스스로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로 WBC는 물론 시즌도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로써 그는 2017년에 이어 또다시 오성홍기를 가슴에 달고 WBC 무대를 밟게 된 것. 무엇보다 한국과 중국은 같은 조에 편성된 만큼, KBO리그 동료와의 맞대결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다만 아쉽게도 이는 이루어지지 않을 전망이다. 주권이 “한국전은 던지는 게 아닐 것 같아 중국야구협회가 처음 합류 제의를 했을 때부터 한국전에는 등판하지 않는 걸로 합의했다. 아마 예선에서 최대 2경기 정도 마운드에 오를 것 같다”고 설명했다.

태어난 곳은 중국
국적은 한국인 주권

주권은 1995년 5월 중국의 지린성에서 태어나 2005년 10세 나이로 어머니와 함께 한국으로 건너와 본격적으로 야구를 시작했다. 2년 뒤 귀화 신청을 통해 한국 국적을 얻기도 했는데, 청주중과 청주고에서 에이스로 활약해 프로 스카우트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그렇게 2015년 신생팀이었던 KT로부터 지명을 받아 프로 무대에 발을 내디뎠는데, 당시 3억 원에 이르는 계약금을 받아 야구 팬들을 놀라게 했다.

하지만 자신의 첫 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오른쪽 팔에 부상을 입은 것. 곧바로 재활 치료에 돌입했으나 시즌이 시작된 이후이기 때문에 등판 횟수는 적을 수밖에 없었다. 주권의 2015시즌은 총 15경기 출장해 0승 2패 0세이브 8.51평균자책점 13탈삼진으로 막을 내려야 했다.

물론 부상이라는 여파가 있었던 만큼 2016시즌에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실제 2016시즌에는 주로 선발등판으로 나섰는데, 넥센 히어로즈(키움)전에서 KBO리그 사상 최초로 데뷔승을 무사사구 완봉승으로 장식한 것. 다만 기대에 대한 부담감이 컸던 것인지 이후에는 부진한 성적을 보이며 팬들의 기대는 점점 실망으로 바뀌었다.

이 같은 우려 속 2019년에 새로 부임한 이강철 감독의 지도 아래 이전과는 전혀 다른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여기에는 주권이 원래 구사하던 포크볼과 새롭게 연습하던 슬로우 커브를 포기하고 체인지업을 구사한 게 영향을 미쳤다. 이듬해 31개의 홀드를 기록하는 등 생애 첫 번째 개인 타이틀을 따내곤 했다.

꿈의 무대인 WBC
오성홍기 달고 나서

이 같은 과정 중 주권에게는 선택의 갈림길에 서기도 했다. 2017 WBC 개막을 앞두고 중국야구협회가 주권에게 러브콜을 보낸 것인데, 부모의 나라 중 한쪽을 선택할 수 있는 WBC 규정으로 참가하는 데 문제 될 것은 없었다. 다만 현재 국적이 한국이라는 점과 KBO리그에서 뛰고 있기에 다른 국가의 유니폼을 입는 것이 큰 걸림돌로 다가왔다.

그러던 중 당시 중국 야구 대표팀을 맡고 있던 존 맥라렌 감독이 미국 스프링캠프까지 찾아온 것이다. 중국 야구 대표팀에게는 주권이라는 존재가 그 어느 순간보다 필요했기 때문. 결국 간절한 요청을 받아들인 그는 1라운드 호주전에서 선발투수로 나와 WBC 데뷔 무대를 치렀다.

이날 주권은 3이닝 3피안타 2볼넷 2실점을 기록했는데, 한국은 물론 미국 매체까지 주목할 정도로 그가 오성홍기를 달고 나온 것이 큰 화제를 모았다. 그런 그를 본 일부 한국 팬들은 곱지만은 않았다. 주권은 나중에서야 당시 심경을 밝혔는데, 그는 “사실 2017년에 가슴 아픈 댓글을 봐야 했다. 나의 출신을 두고 악성 댓글이 계속 이어져 상처도 받았다”고 회상했다.

KBO에서 사제지간
WBC선 경쟁 상대

한편 주권이 태극기가 아닌 오성홍기를 달고 나서야 했던 어쩔 수 없는 이유도 있다. 지난 11월 발표한 한국 WBC 관심 명단 50인에 주권의 이름을 찾아볼 수 없었는데, 지난 시즌 홀드 리그 12위에 그친 것은 물론 선수층이 두터운 한국 대표팀의 문턱을 넘기란 한계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던 중 주권에 손을 내민 것은 중국 야구 대표팀이었고 WBC라는 큰 무대와 스스로의 성장을 시험해보고 싶던 그에게는 절호의 찬스였던 것. 이 같은 결정을 이해해 준 것은 이강철 KT 감독이었다. 한 인터뷰에서 이강철 감독은 “2일 야구장에 나갔는데 주권이 중국 야구 대표팀에서 뛰고 싶다고 했다”며 “구단 단장님과 함께 그 얘기를 들었고, 주권의 선택을 존중해주기로 했다”고 승낙한 배경을 전했다.

한편 올해 WBC는 코로나19 여파로 종전 대회 이후 6년 만에 막을 올린다. 중국은 한국을 포함해 일본, 호주, 체코와 1라운드에서 B조에 속해 있다. 한국과 중국의 경기는 3월 13일 도교돔에서 펼쳐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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