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 감독 경질
경질 이유 번복
팬 앞세운 핑계와 기만

지난 2일, 한국 여자 프로배구에는 한바탕 소용돌이가 몰아쳤다. 정규시즌 2위를 기록하며 우승을 향해 달리던 흥국생명의 감독 권순찬 감독이 돌연 경질됐기 때문이다. 감독뿐만 아니라 단장까지 한 순간에 경질되면서 흥국생명은 물론 배구계가 큰 충격에 빠졌다.

올 시즌 흥국생명은 ‘배구 여제’ 김연경이 복귀하면서 지난 시즌 거뒀던 부진을 털어내고자 했고 김연경의 복귀와 함께 재도약에 성공하며 2위를 기록하는 등 승승장구 중이었다. 선수들과 감독 그리고 구단까지 별 탈 없이 시즌을 잘 치르고 있었기에 이러한 갑작스러운 경질 소식은 당연히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구단과 감독의 방향성
감독 대행도 사퇴

지난해 3월 박미희 감독의 후임으로 흥국생명의 지휘봉을 잡은 권순찬 감독은 부임한 지 9개월 만에 한 시즌도 채우지 못하고 불명예스럽게 감독직에서 쫓겨나게 됐다. 흥국생명 구단이 감독을 경질한 이유는 다름 아닌 ‘방향성’의 차이였다. 권순찬 감독은 김연경을 중심으로 검증된 베테랑을 중심으로 경기를 운영했는데, 구단은 젊은 선수들의 중용을 원했고 이 점이 달랐다는 것이다.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서 경기를 치른 흥국생명은 지난 2일 GS칼텍스와의 경기에서 3-2로 승리하며 값진 승리를 거뒀다. 이날 경기는 수석 코치를 맡고 있던 이영수 코치가 감독 대행으로 팀을 이끌었지만, 이 감독대행도 한 경기만에 옷을 벗기로 했다. 이 감독대행은 승리 직후 인터뷰에서 “이 경기까지만 하고 그만두기로 했다”라며 “오늘 경기 전 구단에 이야기했다”라고 말했다.

흥국생명 단장
유튜브 팬 핑계

권순찬 감독의 경질 이후 GS칼텍스와의 경기전 흥국생명 신용준 신임 단장은 권순찬 감독의 경질 이유로 “선수 기용의 문제가 아닌 선수단 운영과 관련해 김여일 전 단장과 갈등이 있었다”라면서 “팬들은 김연경, 옐레나가 전위/후위에 같이 있는 것이 아니라 따로 있는 장면을 원했다”라고 팬 핑계를 댔다.

다만 신 단장은 이른바 ‘팬들의 요구’를 정확히 어떻게 파악했는지는 설명하지 못했다. 신 단장은 ‘팬들의 요구를 어떤 기준으로 측정하느냐’는 질문에 “유튜브에서도 팬들이 그런 이야기를 했다”라며 “다른 것을 보면 팬분들이 많이 그런 부분(로테이션)에 대해 이야기했다”라고 밝혔다. 또한 팬들 생각이 감독 생각보다 우승에 가깝다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대답하며 감독 경질이 우승을 위한 결정이었음을 강조하는 황당한 답변을 늘어놓았다.

납득 어려운 해명
김연경도 팬도 실망

신용준 신임 단장의 어처구니없는 답변은 모든 배구 관계자 및 선수와 팬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전혀 납득할 수 없는 해명이다. 제아무리 배구 팬들의 식견이 높다해도 현장 지도자들에 비해 전문성이 떨어지며, 제한된 정보로 판단한 것이기 때문에 신뢰하기 어렵다. 그런 면에서 해당 발언은 수십 년을 현장에서 뛰어온 배구 지도자들을 무시한 것과 다름없다.

김연경 역시 “경기 운영에 정답은 없다. 그런 것(로테이션)을 이유로 경질됐다고 하면 더 납득이 안 된다. 이런 식이면 모든 감독님이 경질당할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처음 내세운 경질 이유도 뻔한 거짓말이었고 팬들을 앞세운 구단의 해명은 기만에 농락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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