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화로 뒤집어진 자동차 시장
독 3사 전략 간단히 살펴보니
다들 각자 전략으로 살아남아
홍수가 나면 누군가는 모래주머니를 쌓아 길을 막고, 다른 누구는 뗏목을 만들어 타고 다니며, 다른 누구는 고지대로 올라가 피할 것이다. 방법이 다르더라도 모두가 살기 위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발버둥 치는 것은 똑같다. 지난 몇 년간 급격한 전동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자동차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달리고 있는 자동차 브랜드들의 모습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많은 브랜드가 각자만의 방식으로 전기차 모델을 기획, 생산 및 판매하여 살아남으려 한다. 오늘은 세계 자동차 시장의 강자들인 독 3사, 즉 메르세데스 벤츠, BMW, 그리고 아우디의 전동화 전략에 대해서 간단하게 살펴본 뒤, 이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어떠했는지도 함께 알아보도록 하자.
EQ 브랜드 런칭한 벤츠
성능 부족함은 없는 편
디자인과 옵션 호불호
세계 자동차 시장의 절대 강자 벤츠.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내연기관’ 시장에서 통하는 호칭이다. 모두에게 동일한 출발선을 강요하는 전기차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벤츠는 EQ라는 새로운 전기차 브랜드를 론칭하여 다양한 모델을 출시했다. 대표적으로 첫 번째 EQ 시리즈인 EQS, 최근 출시된 준대형 세단 EQE 등으로 고급 전기차 시장에서 성공적인 데뷔를 과시했다.
다행히도 EQ 라인업은 다양한 플랫폼을 바탕으로 SUV, 세단 라인업을 채워가고 있으며, 주행거리부터 성능 등에서도 모난 곳 하나 없이 준수한 성능을 보여준다. 물론 일부 모델은 반값 수준에서 머무르는 현대 아이오닉 시리즈와 비교했을 때 부족한 면이 있어 보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벤츠의 고객들이 그 차이를 의식할지는 의문이다.
다만 처음 출시된 EQS부터 시작된 디자인 비판은 여전히 끊이질 않고 있다. 기존 내연기관 벤츠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는 확실히 가져갔지만, 미래지향적 친환경 자동차의 컨셉을 이식하기 위해 곡선 디자인을 적용하면서 전면부 디자인이 ‘망둥이’ 같다는 평을 많이 듣고 있다. 이는 동시에 EQ 라인업 모델들이 내연기관 벤츠 모델들이 가진 특유의 무게감, 그로부터 오는 권위가 많이 떨어진다는 평가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악명 높았던 EQS의 후륜 조향 옵션도 이미지를 깎아 먹는데 한몫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편하게 가려는 BMW
기존 라인업 전동화 꾀한다
하지만 정말 전기차 문제일까
아무리 세상이 급격하게 변한다고 해도 나까지 반드시 급격히 변화할 필요는 없다. 환경은 변하더라도 나는 나만의 그림을 그려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BMW는 이에 정확히 부합하는 브랜드라 할 수 있다. BMW는 독 3사 중에서 가장 편하고 안전한 길을 선택했다. 자체 전기차 플랫폼을 만드는 대신, 기존 내연기관 플랫폼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전동화를 진행한 것이다.
따라서 현재 공개된 i4, iX, i7을 비롯한 i 라인업은 기존에 BMW를 사랑했던 사람들에게 큰 거부감 없이 다가올 수 있었다. 내연기관 버전 모델과 디자인적으로 차이가 있다면 그릴을 막았다는 점일 테니까 말이다. 따라서 앞서 언급한 ‘미래지향적’ 디자인을 선호하지 않는 고급차 소비자들에게는 BMW가 좋은 선택지로 떠올랐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BMW의 문제는 놀랍게도 디자인에서 발생했다. 운석처럼 등장한 새로운 그릴 디자인, 일명 ‘뉴트리아 그릴’이 탑재된 모델들이 전기차로 출시되자 많은 기존 BMW 고객이 경악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BMW는 그러한 디자인적 논쟁을 유발하는 것이 자신들의 목적이었다며 ‘오히려 좋아’를 시전했지만, 아무래도 결과론적 해석이라 보는 것이 더 타당해 보인다.
다시 기어 올라온 아우디
3등의 유쾌한 반란 시작된다
애매한 게 장점이자 단점?
독 3사 중에서 아우디는 늘 꼴찌 취급이었다. 아우디가 못 나간다기보다는, 벤츠와 BMW가 비정상적으로 높은 판매량을 보였기 때문이다. 특히 국산 시장에서 두 브랜드는 주력 모델이 한국 수입차 시장 판매량 1, 2위를 나란히 찍는 기염을 토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가만히 있을 아우디가 아니었으며, 자체 전기차 브랜드인 E-tron을 설립하면서 다시 한번 두 라이벌을 따라가기 시작하고 있다.
이트론은 벤츠와 BMW의 정확히 중간에 있는 것 같다. 벤츠처럼 완전히 다르게 가지도, 그렇다고 BMW처럼 완전히 똑같지도 않은, 즉 기존 아우디의 내연기관 모델들과 디자인적으로 차별화되는 점이 분명 존재하지만, 그런데도 아우디의 아이덴티티를 충분히 담아내는 데 성공하면서 기존 고객들과 새롭게 아우디를 구매할 신규 고객들에게도 실망을 안겨주지 않았다. 성능 면에서도 주행거리, 주행 성능 모두 준수하다는 평을 받는 아우디.
하지만 오히려 무난해서 눈에 띄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앞선 BMW, 벤츠의 전기차가 이슈성이 커지면서 아우디의 E-tron 라인업이 빛을 못 보고 있다. 또한 국내 시장 한정으로 아우디는 지나친 프로모션으로 더 이상 독 3사가 아니라는 평까지 듣고 있기 때문에, 과연 이미지 쇄신과 판매량 개선, 두 개의 목표를 E-tron을 통해 모두 잡을 수 있을지가 관건일 것 같다.
포르쉐도 폭스바겐도 달린다
박터지는 독일 전기차 시장
독 3사뿐 아니라 독일 슈퍼카의 자존심인 포르쉐와 국민차 폭스바겐도 달리고 있다. 포르쉐는 최초의 전기 스포츠 세단 타이칸으로 자신만의 확고한 파이를 차지하는 데 성공했다. 이 정도 고성능의 소프티함과 럭셔리를 동시에 갖춘 전기차는 아직 없기 때문이다. 폭스바겐도 MED 플랫폼을 바탕으로 한 ID.4를 출시하면서 국민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최근 발생한 결함 문제로 골머리를 썩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확실히 유럽의 자동차 강국이라는 점에서 독일 브랜드들의 전동화 경쟁은 앞으로도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아직 출발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점차 자신들만의 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독 3사이기에, 다양한 선택지를 전기차 소비자들에게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기업들의 치열한 경쟁은 늘 소비자들에게는 득이 될 것이다. 앞으로 이들이 새롭게 만들어갈 독일의 전기차 시장에 더욱 주목해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