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날이 증가하는 고령운전자
미숙한 운전으로 교통사고도 증가
일본처럼 대책 마련할 필요 있어
노년층은 젊은 세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운전에 미숙하다는 인식이 강하다. 나이가 들면서 시력에 문제가 생기고, 신체적이나 정신적으로나 힘든 상태가 되면서 운전 과정에서 실수를 할 확률이 늘어난다. 미래학자 애덤 한프트는 고령운전자로 인해 벌어지는 사회 문제를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 신드롬’이라는 신조어로 지칭하기도 했다.
일반 운전자가 돌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반응하는 시간은 0.7초지만, 65세 이상은 1.4초로 2배 이상 소모된다. 지난해 9월엔 한 80대 운전자가 시장 골목을 빠르게 내달리던 중 골목을 지나던 60대 할머니와 18개월 손녀를 치어 사망케 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한국교통안전공단 조사 결과
운전미숙 10명 중 3명 고령운전자
한국교통안전공단은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발생한 교통사고를 분석했다. 그 결과 운전 미숙으로 발생한 차량 단독 교통사고의 사망자 중 30%는 65세 이상 고령운전자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2012년 13.3%였던 65세 이상 고령운전자의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2021년 24.3%로 거의 2배 가까이 증가했다. 2012년 11.7%였던 고령자 비율이 2021년 17.1%로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매우 큰 상승세다. 이를 통해 고령자 수가 증가하는 걸 감안하더라도 고령운전자로 인한 사망자 수가 더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운전면허 반납제도 시행
크게 효과보지 못해
고령운전자로 인한 위험성이 증가하면서, 우리나라는 2019년부터 ‘고령운전자 운전면허증 반납제도’를 시행하고 운전면허증을 반납하는 고령운전자에게 10~50만원 수준의 교통카드나 지역 화폐를 지급하고 있다. 그러나 면허를 반납하는 비율은 2% 수준으로 낮은 편이며, 제도 취지에 맞지 않게 장롱면허 운전자처럼 면허를 사용할 일이 없는 사람만 면허를 반납하고 있다는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오지에 거주하고 있거나 직업 특성상 운전이 필요한 사람들은 운전량이 많아 실질적인 면허 반납이 필요한 계층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일시적인 자금을 지원하는 정도론 해당 계층에게 면허를 반납시키도록 유인하기 어려운 실태다.
100원 택시 등 정책 늘려야
실질적 정책 실현 가능
고령운전자들이 면허를 반납하도록 만들기 위해선 자동차가 없더라도 원하는 장소로 이동할 수 있도록 이동권을 보장해줘야 한다. 이를 위해 고령층이 저렴한 가격으로 택시를 부를 수 있는 ‘100원 택시’와 같은 정책이 확대돼야 할 필요성이 있다.
한편 일본은 지난해 5월 75세 이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적용하는 ‘한정 면허’ 제도를 도입했다. 고령운전자들은 운전면허증을 갱신하기 위해 기능 시험을 다시 보거나, 자동 브레이크 기능이 있는 서포트카에만 한정해 운전을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역시 고령층이 급속도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일본과 같은 제도를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