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시리즈 페이스 디자인 총망라
언제부터 ‘뇌절’ 시작됐나
BMW ‘우리가 원하던바 다’?

고급차의 조건은 무엇일까? 누군가는 편안한 주행감과 운전자와 탑승자를 위한 다양한 편의 사항, 그리고 고급스러운 내장 디자인을 꼽을 수도 있겠지만, 모두가 아는 것처럼 고급 차라면 으레 남들이 부러워할 만큼 큰 차체와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매력적이면서도 압도적인 전면부 디자인이 아닐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오랜 시간 동안 7시리즈는 BMW의 정점의 모델로서 그 역할을 훌륭히 수행해왔다. ‘작년’ 전까지는 말이다.

2022년에 공개된 BMW의 신형 7시리즈, G70은 고급차도 디자인 논란에서 절대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전 세계의 마니아들에게 일깨워줬다. 자동차 시장이 전동화의 바람에 요동치면서 아이덴티티 같았던 디자인의 변동이 일어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겠지만, 그런데도 이번 BMW의 디자인은 마니아들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초과한 것처럼 보인다. 오늘은 7시리즈 디자인의 계보를 살펴본 뒤, 이번 디자인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히 이야기해보도록 하자.

1, 2세대 7시리즈
시대와 무게감을 모두 담았다
누구도 부정 못 하는 명작

1, 2세대 7시리즈의 디자인은 전형적인 그 시절의 고급차 디자인을 보여준다. 1968년 출시된 BMW의 대형 세단인 뉴 식스의 직계 후손이었던 1세대 7시리즈의 페이스 디자인은 마찬가지로 키드니 그릴과 쌍둥이 헤드라이트가 적용되었으며, 이 디자인 요소는 이후 모든 BMW의 모델에도 전해졌다. 이러한 요소로는 역 스랜트 노즈 라인이 독특한 실루엣도 포함되어있다.

1세대와 2세대 7시리즈는 지금 기준에서도 디자인적 완성도가 상당히 높은 모델이다. 모든 디자인적 요소가 현대의 7시리즈, 나아가 모든 BMW 모델에도 유지되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가히 시대를 뛰어넘은 디자인이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2세대의 경우 88년 당시 각 그랜저 최상위 트림이 3,000만 원이었던 반면 3억 5천만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가격을 자랑하기도 했다는 점에서, 그 무게감은 더 크게 느껴지기도 한다.

4, 5세대 7시리즈
현대적인 디자인 언어 적용
지금의 기틀을 잡아간다

4세대부터 7시리즈는 점차 현대적인 모습을 갖춰가기 시작했다. 기존에 평면적이었던 전면부 범퍼 디자인은 전면부로 가면서 떨어져 가는 유선형 디자인으로 변경되었으며, 헤드램프 디자인 역시 3세대에서 5세대로 넘어오면서 점차 얇고 날렵해졌다. 차체 실루엣 역시 기존에 얇고 긴 느낌이었던 반면, 길이보다 전고 두께가 강조되는 형태로 넘어갔다.

전반적으로 현대적 의미의 고급 대형 세단의 형태를 점차 잡아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으며, 이러한 이미지는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5세대로 넘어오면서 화룡점정을 찍게 된다. 흔히 ‘디자인 혁명’이라고까지 일컬어지는 5세대 7시리즈는 라디에이터 그릴의 세로줄 개수의 감소, 어댑티드 LED 라이트 등이 적용되는 등, 상당 부분 기존 세대와 차이를 보였다. 1세대 7세대가 그랬던 것처럼, 5세대 7시리즈는 이후 다른 BMW 모델의 디자인에 큰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논란의 7세대 7시리즈
받아들이기 어려운 전면 디자인
BMW는 노림수였다고

보수적이었던 6세대를 지나 완전히 새로운 전면 디자인을 갖게 된 7세대 7시리즈. 하지만 이번 변화는 지금까지와는 달리 엄청난 혹평으로 이어졌다. 과장된 것처럼 거대해져서 이제는 하나로 연결이 되어버린 라디에이터 그릴은 기존 팬들조차 거부감을 느낄 정도로 부정적인 반응을 유발했다. 이는 아마 BMW의 전동화 방향성, 즉 기존 내연기관 모델의 베이스와 디자인을 유지한 상태로 베터리를 탑재한다는 점이 큰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당시 BMW의 고위 관계자가 이러한 디자인에 대한 논란이 자신들의 의도라는 등의 언급을 하거나, 심지어 다른 의미에서 신형 M2, iX의 전면부 디자인이 도저히 참을 수 없을 정도로 BMW 오너들의 수요와 어긋나는 등의 이슈가 발생하면서, 안 그래도 참고 있던 7시리즈의 디자인에 대한 논란까지 같이 터져버린 것이다. 대부분의 네티즌은 BMW의 앞선 발언이 사실상 핑계로 들릴 뿐이라는 반응이다.

그릴로 흥한 자 그릴로 망한다
장점은 곧 양날의 검이다

아마 BMW의 가장 큰 장점은 라디에이터 그릴 디자인을 통해 보는 이로 하여금 브랜드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강렬하게 남길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이는 같은 독 3사인 메르세데스 벤츠, 아우디조차 해내지 못한 일이었으며, 많은 사람이 BMW와 사랑에 빠지게 된 이유일 것이다. 물론 누구도 자동차의 라디에이터 그릴이 ‘필요 없어질’ 날이 올 것이라고는, 그것도 그렇게 빨리 찾아올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전기차 시대에 라디에이터 그릴은 단순히 내연기관 시절의 흔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BMW가 위에서 언급한 전동화 방향성을 설정한 것이 만약 정말로 라디에이터 그릴에서 비롯되는 아이덴티티를 지키기 위해서였다면, 이는 절대적으로 오판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스스로의 장점 속에 스스로를 가둬버린 것이나 다름없는 BMW의 상황, 과연 이를 타파하고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선두에 다시 7시리즈가 돌아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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