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 30년 누적 10만 대 판매 달성
볼보 성공 비결과 요인 분석
수입량 보면 많이 팔고 싶은지 의문
볼보는 한국 시장에서 가장 이례적인 행보를 보이는 자동차 브랜드가 아닐까 싶다. 어떤 브랜드도 볼보처럼 꾸준한 성장세를 통해 판매량 상위권 브랜드로 자리 잡지 못했으며, 그 와중에도 충성 고객들의 신뢰도, 그리고 신뢰도에 따른 선호도를 확보하는 데도 성공했기 때문이다. 볼보를 떠올리면 결함이나 카푸어의 이미지보다는 가족을 위한 자동차, 그리고 안전의 대명사인 브랜드를 떠오른다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최근 볼보가 1988년 한국에 진출한 지 약 30여 년 만에 누적 판매 10만 대를 달성했다고 한다. 오랜 시간 신뢰를 쌓아온 볼보의 성과지만 여전히 볼보가 국내 시장에서 개선해야 할 점도 남아있다. 오늘은 볼보가 한국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원인과 함께, 볼보가 해결해야 할 문제점도 함께 알아보도록 하자.
1988년부터 시작된 한국의 볼보
30년 만에 달성한 10만 대 기록
서비스와 투자가 만들어낸 결과
볼보의 한국 진출은 1988년 볼보 740과 760이 정식 수입과 함께 시작됐다. 물론 당시에는 볼보자동차코리아가 아닌 한진건설에서 수입해온 것으로, 10년 뒤 1988년 볼보에서 100% 투자해 설립한 볼보자동차코리아를 통해 지금까지 한국에서 볼보 차량을 판매하고 있다. 현재 29개 전시장과 30개 서비스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볼보가 밝힌 지금 같은 성공의 요인은 서비스와 투자였다. 볼보는 AS 만족도에 있어서 늘 상위권을 차지해왔으며, 티맵 모빌리티와 함께 TMAP 인포테인먼트 서비스를 개발하는 등, 한국 시장 소비자들의 만족도를 충족시키기 위해 매년 300억 원 규모의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것이 볼보가 분석한 볼보자동차코리아의 성공 요인이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2010년대부터 성장 시작한 볼보
당시 자동차 시장 이슈들 많았어
볼보는 당시 그 대안이었다
볼보가 본격적으로 성장을 시작한 것은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였다. 이미 한국의 수입차 시장은 벤츠, BMW가 독점하다시피 한 상황이었으며, 이후 2016년 XC90, S90 등을 들여오는 등 상품성 개선에 노력을 기울이면서 독 3사에 질린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대안으로 선택될 수 있었다. 하지만 볼보의 성공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그 외의 당시 자동차 시장의 상황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당시 자동차 시장은 국산과 수입 모두를 포함해 총체적 난국이었다. 2016년을 전후로 여러 이슈가 고객들의 눈을 볼보로 돌릴 수밖에 없었다. 먼저 독 3사는 모두 16년 이후 흑역사를 세우게 된다. 대표적으로 벤츠는 시동 꺼짐과 브레이크 결함, BMW는 EGR 결함으로 인한 연속 화재 사건, 그리고 아우디는 모기업 폭스바겐을 포함한 디젤게이트로 고객들의 신뢰도가 바닥을 치게 된다. 미들급, 하이급 수입차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했던 세 브랜드가 주춤하면서 그 공백으로 볼보와 지프가 뛰어들게 된다.
또한 국내차 시장에서는 제네시스의 에어백 결함과 관련해서 충돌 각이 맞지 않아 에어백이 터지지 않았다는 현대차 관계자의 실언으로 자동차의 안전에 대해 예민함과 경각심이 증가했던 시기였다. 이후에도 현대차의 안전 관련 이슈가 여러 차례 발생하면서 차라리 웃돈을 더 얹어서라도 안전도 높은 차를 타는 것이 좋다는 심리가 소비자들에게 심어졌다. 볼보는 그러한 소비자들의 수요에 대안이 되었다.
인기 모델 수입량 너무 적어
지리 관련 이슈도 아직 남아있어
다만 볼보가 한국 시장에서 성공적인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과는 별개로, 볼보를 원하는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일부 불만이 터져 나오곤 하는데, 바로 인기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 차량 수입량이다. 예를 들어 볼보의 핵심 전략 모델인 S60의 2019년 상반기, 그것도 10월에서 12월까지 3달 확보 수량은 총 1,000대에 불과하다. 비교하기는 민망하지만, 2020년 1월 벤츠 E클래스의 한 달 판매량이 3,000대가 넘는데, 확보 수량은 당연히 그 이상일 것이다. 물론 2022년 한 해 동안 S60의 판매량이 611대에 불과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볼보의 선택이 어느 정도 합리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또한 지리 자동차와 관련해서 중국차의 한국발 진출을 위한 디딤돌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아니냐는 의혹도 여전히 남아있다. 물론 지리 인수 이전과 후에도 품질과 관련해서는 어떤 이슈도 없었다는 점에서 근거 없는 추측으로 보인다. 지리 자동차의 국내 진출과 볼보는 완전히 별개의 이슈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할 수 있다.
안전 하나로 뚫고 온 30년
다음 10만 대는 좀 빨리 찍자
볼보는 상품성 개선과 이미지 관리에 상당한 투자를 들이고 있으며, 여기에 운이 따라주면서 한국 시장에서 성공적인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여러 장점과 성공의 중심에는 볼보가 창립된 이후로 가장 우선으로 여기는 철칙, ‘안전’이 든든하게 버티고 있다. 또한 높은 적재량, 내부 공간을 가진 패밀리카를 선호하는 한국 시장의 특성상, 볼보의 SUV 모델들, 심지어는 불모지로 여겨진 왜건 모델까지도 한국에서 큰 인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은 볼보가 독 3사와는 전혀 다른 길을 가고 있는 브랜드라는 점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다만 확보량과 관련해서는 확실한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적어도 20만 대, 30만 대 달성에는 각각 30년이라는 시간이 걸리지 않기를 바란다. 독 3사만 선호해왔던 한국 시장에서 선택지가 늘어나고, 도로에 보이는 차종 다양성이 확보된다는 것은 에디터의 입장에서도 늘 환영하는 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