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의 시장 독점
르쌍쉐 부진으로 더 심해져
전동화 국면에서는 극단적

1999년 현대차의 기아 인수 당시, 공정거래위원회는 독과점 우려에도 불구하고 산업 합리화와 국제 경쟁력 강화를 이유로 승인 결정을 내렸다. 그 결과 현재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돋보이는 활약을 이어가고 있지만, 내수시장에서도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현대차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통상 7~80%대를 오갔지만 르쌍쉐로 불리는 중견 3사의 경쟁력 저하로 인해 근래에는 80% 후반대까지 증가했다. 이에 따라 국내 부품사에 대한 횡포, 소비자에 대한 서비스 저하 등 각종 논란은 계속됐다. 그런데도 유지 편의성, 상품성 측면에서 소비자들은 현대차그룹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 같은 소비패턴이 전동화 국면에서 더욱 심해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전기차 연간 판매 10만 돌파
현대차그룹이 97% 차지했다

30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발표한 자동차통계월보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국내 5개 완성차업체의 전기차 판매량은 107,783대로 집계됐다. 이 추세가 이어진다면 올해 전기차 내수 판매는 13~4만 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지난해 73,873대의 2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국내 업체들의 내수 판매만으로 10만 대를 넘은 것은 올해가 처음일 정도로 전기차 보급 속도는 가파르지만, 그중 97%에 해당하는 101,061대의 실적을 현대차그룹이 단독으로 올렸다는 점은 경계할 만하다. 10월까지 현대차는 총 60,573대, 기아차는 40,488대의 전기차를 판매했는데, 주요 모델인 아이오닉5, 아이오닉6, EV6, GV60 등은 모두 E-GMP 플랫폼 하나를 기반으로 제작되었다.

코란도 이모션 생산 난항
쌍용차의 전기차 전략은

쌍용자동차는 올해 109대의 전기차를 판매하며 해당 분야에서 꼴찌를 기록했다. 쌍용의 전기차는 올해 초 출시한 코란도 이모션이 유일한데, 2천만 원대 가성비 전기차로 주목받으며 사전계약 호실적을 거뒀지만 배터리 팩 공급 중단으로 생산이 중단되었다. 다행히 관련 사업 이관을 통해 4분기 내 생산 재개에 돌입할 예정임에도 307km의 주행거리 성능은 개선을 거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쌍용차는 현재 U100이라는 프로젝트명으로 토레스 기반의 전기차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내연기관 모델로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기에 소비자들의 기대감이 큰데, 코란도의 헤리티지를 물려받을 KR10과 토레스 전기 픽업트럭도 내후년 공개를 앞두고 있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더불어, 쌍용은 최근 개발 중인 전기차 무선 충전 플랫폼을 지난달 공개해 현대차그룹의 독주를 막을 유일한 브랜드로 꼽히고 있다.

2025년까지 전기차 10종 출시
블레이저 EV도 국내 출시할까

한국GM은 10월까지 총 2,479대의 전기차를 판매했다. 전량 수입을 통해 판매 중인 볼트EV와 볼트 EUV는 각각 638대, 1,859대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GM은 활용성이 높은 모듈형 전기차 플랫폼, 얼티움 플랫폼을 기반으로 다양한 모델을 개발했고, 포트폴리오 확장을 통해 각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공언했다.

GM은 2025년까지 한국 시장에 전기차 모델 10종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고, 글로벌 핵심 모델로는 쉐보레 이쿼녹스 EV, 블레이저 EV와 캐딜락 리릭 등을 언급했다. 준대형 전기 SUV인 캐딜락 리릭이 중국 시장에서 먼저 공개된 만큼, 국내 1호 모델이 될 가능성이 큰 가운데 국내 소비자들은 블레이저 EV에 가장 큰 기대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조에와 트위지가 라인업 전부
2026년까지 판매 계획 없어

르노코리아는 올해 총 516대의 전기차를 판매했고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가 112대, 소형 해치백 조에가 404대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르노는 SM3 Z.E.로 어찌 보면 국내 전기차 시장을 개척했다고 봐도 무방하지만, 현재는 2026년까지 전기차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

스테판 드블레즈 르노코리아 사장은 간담회에서 “2026년 첫 순수 전기차를 내놓을 계획인데, 저희는 늦은 거라 생각하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르노는 순수 전기차 시장에 급하게 뛰어들기보다 시장성을 확보한 하이브리드 모델에 우선 전념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최근 출시한 XM3 E-TECH는 전기차에 가까운 하이브리드로 각광받으며 르노의 핵심 모델로 떠올랐다.

현대는 차기 라인업 빵빵
중견 3사는 기여금 리스크

중견 3사의 시장 침투를 위한 고군분투가 무색하게 현대차그룹 역시 내년 라인업을 든든하게 갖췄다. 기아는 벌써부터 흥행 보증수표인 패밀리카 크기의 EV9과 카니발 전동화가 큰 관심을 받고 있으며 현대는 풀체인지 삼총사인 그랜저 하이브리드, 코나 일렉트릭, 싼타페를 내보일 예정이다.

가까운 미래에도 현대차그룹의 시장 장악이 이뤄진다면, 중견 3사는 수십억 원의 기여금을 내야 할 처지이다. 정부의 무공해차 보급 목표제에 따라 2026년까지 판매 대수 중 무공해차 비율이 일정 수준을 넘겨야 한다. 과연 르쌍쉐가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 지켜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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